재판장, 세월호 선원들에게 "가족들에 고개 숙여라"
<재판 현장>재판정 들어서자 가족들 "얼굴 보자"
승무원 15명중 1등 기관사 손모씨만 혐의 인정
“저 짐승 같은 사람들의 얼굴을 아직도 똑똑히 보지 못했다. 왜 앉혀 놓냐. (우리) 앞에 꿇어 뜨려 놔라!”
“딸을 잃은 지 63일째 됐다. 그런데 지금도 (딸을) 보지도 못하고 언제 볼지도 몰라 답답하다. (판사님) 제발 도와달라.”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구조업무를 소홀히 한 선장 이준석 씨(69)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두 번째 재판(공판준비기일)이 17일 오전 10시 광주지법에서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앞서 10일 열린 첫 재판 당시 ‘네 놈들이 사람이냐’는 피켓을 들고 법정에 들어서려다 이를 막아선 법원 관계자들에게 강하게 항의하던 것보다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일부는 선원들을 향해 ‘짐승’이라며 격분하기도 했고, 애끓는 모정을 호소하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해 법정을 숙연케 했다.
이에 재판부도 피해자 가족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법 형사 11부 임정엽 부장판사는 승무원들이 법정에 들어서기 전 “웃는 모습 등을 보이지 않도록 표정에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또 법정에 들어서며 재판부를 향해 목례를 하던 승무원들을 불러 세워 “재판부에는 하지 않아도 된다. 방청석을 향해서 목례를 하고 들어오라”고 가족들을 배려했다.
실제로 가족들은 피고인들이 법정에 입장할 때마다 자신들을 등지고 재판부에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저 짐승 봐” “하아, XX” 등 극렬한 반응을 보였다.
세월호 희생자 배모양의 모친인 신모씨는 “우리는 아직 저 짐승 같은 사람들의 얼굴을 아직도 똑똑히 보지 못했다”면서 “왜 앉혀 놓느냐. 앞에 꿇어 뜨려 놓으라”고 소리쳤다.
신 씨는 이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우리 자식들 아직까지 어머니 품 못 들어온 애들도 있고, 배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며 “(우리) 앞에 꿇어 뜨려 앉히고 부모들 앞에 얼굴을 밝히라”고 호소했다. 가족들의 분노가 터져 나올 때마다 이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그러자 이에 임 부장판사가 즉시 피고인들을 향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만 그는 “어머님의 심정은 내가 정말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기일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자리 하나하나가 법률에 나오는 자리다. (피고인들을) 바닥에 꿇어앉히거나 하는 건 들어드릴 수 없다. 근데 심정은 이해가 된다”면서 차분하게 재판을 진행했다.
선원 15명 중 1명만 오롯이 혐의 인정, 양형 호소
이날 재판에서 일부 세월호 선원들은 지난 재팜에서와 마찬가지로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당시 급격히 침몰하는 상황에서 구조활동을 다 했어도 전원을 무사히 구조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하는 등 해경과 선박 측에 책임을 넘기기도 했다.
반면 기관원 손모씨 측 변호인은 “선장이나 기관장의 지시를 받지 않아 인명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무죄를 주장하거나 변명하지 않겠다”고 공소사실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그는 “선박에서 탈출할 당시 해경이 출동해 승객들이 구조될 줄 알았다”면서 “법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겠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해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한, 손 씨 측은 “이번 사건은 복원성을 잃은 세월호를 운항하다가 전복된 것”이라며 “시한폭탄을 만든 업체와 관련기관의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3등 기관사 이모씨와 조기수 박모씨 등 3명도 “책임을 통감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있다”면서 사고 당시 승객에 대한 인명구조 활동을 하지 않고 먼저 퇴선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변호인은 “당시 세월호가 갑자기 전복돼 급속히 침몰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면서 “바닷물이 3층 기관부 선원실 복도와 갑판까지 차오르는 등 생명이 위험한 긴박한 상황에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대형 페리호인 세월호가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1시간30분만에 완전히 침몰된 점을 살펴보면 피고들이 구조활동 다 했어도 희생 줄일 수는 있을망정 전원이 무사히 구조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구조활동 포기로 과연 수많은 피해자들 사망·상해 결과 발생했을지 의문”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이날 유일하게 혐의를 인정한 손 씨와 달리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부인한 이준석 선장 등 11명과 이날 3명 등 14명은 검찰과 변호인간 유무죄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오후에도 이들에 대한 재판을 마친 뒤 향후 한차례 공판준비 절차를 거쳐 세월호와 쌍둥이배로 불리는 여객선 오하마나호 현장 검증, 증거조사 등 본격적인 공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