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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굿판 만드려는 야당의 주판알


입력 2014.06.11 08:58 수정 2014.06.11 09:12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선거 셈법 따라 ‘털고 싶은' 여당과 더 ‘끌고 싶은' 야당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들이 실종자 조속구조, 특별법 제정,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예비조사 마감을 하루 앞둔 10일. 여야가 기관보고 시기를 두고 또다시 난타전을 벌인 끝에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이미 국정조사 계획서 제출부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증인 포함 여부를 두고 유가족들을 국회 바닥에서 새우잠 재우면서까지 대립해왔던 터다. 사실상 그 이후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셈이다.

기관보고 일정을 두고, 여당은 재·보궐 선거 기간을 피해 오는 16일부터 당장 시작해야한다는 반면, 야당은 월드컵 기간 이후로 미뤄 7월14일부터 26일까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야는 모두 ‘유가족과 국민의 뜻’이라는 대의를 내걸고 나섰다.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세월호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대책회의에서 “하루라도 빨리 특위를 정상 가동 시켜서 아무리 늦어도 16일부터 시작돼야한다”며 “그것이 희생자 가족들과 모든 국민들의 염원”이라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역시 “기관보고를 재보궐 선거 일정과 맞추겠다는 건 당리당략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을 떠올리면 정말 아찔하다. 이것을 들으면 얼마나 통탄해하고 어떻게 행동하실까 우려가 된다”고 거들었다.

반면,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도저히, 절대, 네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하며 “우리는 국조특위를 미루자고 한 적이 없다. 오늘이라도 당장 본조사를 시작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간사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16일부터 기관보고를 시작하면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정부의 변명만 다시 듣게 되고 △통상적으로 40일 간 국정조사를 할 경우 앞서 약 30일의 조사 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90일 간 진행되는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최소한 30일의 조사 기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그는 “월드컵 기간 중에 기관보고를 받자는 건 국민의 시선이 월드컵에 쏠려 있을 때 몰래 처리하려는 것”이라며 상기된 얼굴로 비판을 이어갔다.

민홍철 새정치연합 의원은 여기에 더해 “기관보고는 원래 청문회 직전에 해왔고 29일에 통과된 계획서에도 12일 범위 내에서 기관보고 받도록 되어있다”라며 “그런데 우리가 새누리당의 전당대회와 재보궐도 염두해서 청문회 자체를 미루는 것에도 합의해줬다”고 주장했다.

앞서 합의한 국정조사 계획서에 따라 7월21일부터 8월1일 사이에 기관보고를 해야 하지만, 여당 일정을 고려해 새누리당 전당대회 직후로 기관보고를 조정해줬다는 것이다.

이처럼 팽팽한 줄다리기 중인 여야는 어느 한 쪽도 결코 물러나지 않을 모양새다.

6.4지방선거 결과 어느 쪽도 승패를 확언할 수 없이 ‘애매한’ 성적표를 받은 상황에서, 세월호의 비극을 하루라도 빨리 ‘털고’싶은 여당과, 하루라도 더 ‘끌고’싶은 야당의 타협이 요원해 보이는 이유다.

‘세월호 심판론’이 화두였던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눈물을 전면에 내걸고 “대통령을 지켜달라”며 낯 뜨거운 표 구걸을 이어갔다. 안전 관련 공약을 한 보따리 들고 나와 “한번만 더 믿어달라”고 납작 엎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둔 새누리당으로서는, 미니총선으로 불릴 만큼 판이 커진 재·보궐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들이 기관보고를 어떻게든 6월에 끝내려는 이유다. 야당의 주장대로 기관보고를 7월에 할 경우, 정부 관계자들이 질책을 받는 모습은 7월 17일부터 시작될 선거운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에서 예상했던 압승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지도부의 전략 실패 때문’이라는 내부 질책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세월호 심판론’을 최대한 오래 끌어 재·보궐 선거의 표심을 붇들려 한다는 여당의 공격을 과연 전면 부인 할 수 있을까.

희생자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국회가 조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는 것이지, ‘어느 당’의 입장을 반영한 시기와 절차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밤을 새며 “제발 내 가족이 희생됐다는 마음으로 임해달라”는 가족들의 호소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묻혀 희미해질 뿐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이 ‘적대적 공생관계’의 공식을 유지하면서 새정치연합만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56일째.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은 이 공식을 훌륭하게 보여줬다. 입으로는 모두 ‘유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말했고, 눈으로는 모두 ‘재·보궐 선거’를 응시했다.

다만, 셈법이 다를 뿐이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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