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김기덕 감독의 절망, 그리고 반성
개봉 첫주 관객 7000명 동원 '참패'
김기덕 "새로운 영화 작업 고민할 때"
상영관 확보에 난항을 겪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이 이번에는 흥행 부진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10만 관객을 동원할 때까지 2차 판권을 출시하지 않겠다"던 김 감독은 입장을 번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2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일대일은' 전국 53개 스크린에서 816회 상영돼 총 7095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1만 명에 못 미치는 처참한 성과다.
김기덕 감독은 이날 서문 형식의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흥행 부진을 언급하며 "이번 주 영화 '일대일'의 2차 판권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일대일'은 어제까지 약 7000여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며 "이대로라면 이번 주 수요일까지 관객 만 명을 채우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며 그 기점으로 극장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주말 8개 극장을 찾아 무대 인사를 하고 텅 빈 극장을 보면서 어렵게 약 50개 스크린을 열어준 극장 측에 너무 죄송했다"며 "저를 믿고 참여한 배우, 스태프들에게 미안했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10만 관객이 들기 전 2차 판권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제 생각을 바꾸어 안방에서라도 '일대일'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배우들에게 연기의 기회를 얻게 하고 스태프들에게는 다른 영화에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한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그간 영화를 만들면서 강박증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 스태프들과 영화를 만들 때마다 국제 영화제 초청과 극장 흥행을 바라는 기대에 대한 강박증이 있었다"며 "이번 기회로 강박증에서 벗어날 새로운 영화 작업을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그나마 작은 믿음이 있었는데 어렵게 구한 극장이 텅 비는 것을 보면서 큰 절망감에 배우들에게도 미안하고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10만 관객이 들지 않으면 2차 판권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번복해 죄송하고, 제 영화에 대한 불신의 뿌리를 뼈아프게 돌아보고 반성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고유의 작품세계를 일궈온 김 감독의 스무번 째 장편영화 '일대일'은 여고생 오민주가 잔혹하게 살해되면서 범죄를 저지른 7명의 용의자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한 7인의 테러 단체 '그림자'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용의자와 요원들의 상하관계를 통해 우리 시대의 권력을 말한다.
김 감독은 영화 개봉에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갈등과 의심, 분노의 뿌리가 무엇인지 파헤쳐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말했다. 또 "이번 영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드리는 고백이자 자백"이라며 "부정부패도 성공하면 능력인 나라가 돼버린 비참한 돈의 세상에서 자신을 진단해 보고자 영화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일대일'은 김 감독의 전작들과는 달랐다는 평이 많았다. 그간 김 감독은 '나쁜 남자', '뫼비우스', '섬' 등 관객들이 느끼기에 다소 부담스럽고, 불편한 작품들은 선보였다. 성기라는 파격 소재를 택한 '뫼비우스'는 두 차례에 걸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뒤 세 차례 편집 끝에 재심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일대일'은 성적인 내용보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담는 데 주력하며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리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아름다운 경쟁을 하는, 작은 수직 사회가 거대한 수평 사회가 되는 사람이 중심인 미래를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작부터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김 감독은 서문을 통해 "'일대일 극장'을 구한다"며 호소했다. 그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에 상영을 부탁한다"며 "100개 관 정도의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마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 '일대일'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 무비꼴라쥬, 메가박스 아트나인, 아트하우스 모모 등 개별 예술영화관에서 상영됐다. 하지만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안타까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
김 감독은 새로운 영화 작업을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일이 독특한 작품 세계를 자랑한 김 감독에게 어떤 변화를 줄까. 김기덕 필름 측은 "(그 발언은) 김 감독이 작품 세계를 바꾼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관객들과 좀 더 소통하고자 하는 감독님의 바람이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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