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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양벌초 태권도부, 안아줄 중학교가 없다


입력 2014.05.20 13:50 수정 2014.05.20 13:58        데일리안 스포츠 = 김창완 태권도 객원기자

주현근 등 유망주 발굴 ‘전국소년체전 금 도전’

중학교 진학 여부가 관건..광주시 나서 풀어야

양벌 초등학교 태권도부 이호연 코치(맨 뒷줄 왼쪽)와 김영석 체육부장(맨 뒷줄 오른쪽). ⓒ 데일리안

지난 15일 경기도 광주시 양벌리에 위치한 양벌초등학교.

오후 4시가 넘은 시간, 봄볕이 따스하게 운동장에 내리쬐고 어린이들은 마냥 뛰어논다.

몇 발 더 안으로 들어서자 어디선가에서 쩌렁쩌렁한 기합소리가 울려왔다. 양벌 초등학교 태권도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흘깃 쳐다봐도 답답해 뵈는 보호 장비를 착용한 선수들이 코치의 구령에 따라 발을 차고 뛰고 또 뛰고 있다.

경기도 광주 양벌초등학교 태권도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대체 왜 고등학교나 대학, 실업도 아닌 초등학교 팀일까. 지난달 2일 경기도 남양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도대표 소년체전선발전에서 한 선수가 유독 눈에 들어왔고, 그 꿈나무를 취재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학교팀에 대한 궁금증까지 생겼다.

기자를 이 시골까지 불러들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 학교 간판 라이트미들급 주현근(6년). 이 대회는 경기도내 각 체급별 내로라하는 꿈나무들이 총 출전해 오는 24일부터 사흘간 인천 강화에서 벌어지는 전국소년체전 출전티켓을 놓고 벌이는 승부다. 오로지 1등에게만 출전티켓이 주어진다.

치열한 접전을 예상했다. 그런데 주현근은 달랐다. 첫 경기부터 준결승까지 얼굴, 몸통 등 다양한 공격력을 앞세워 2회전 안에 모든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것도 10점 이상의 점수 차를 내며 상대선수를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결승전에서도 상대선수를 가볍게 제압, 전국소년체전 출전티켓을 따낸 것이다.

주현근은 전국소년체전에서 우승을 꿈꾸고 있다. 주현근은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송탄중, 양영중, 풍생중 등 여러 학교에서 영입 제의도 이어지고 있다.

양벌초등학교 이호연 코치는 “현근이가 유연성과 지구력이 뛰어나 앞으로 대성할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벌초등학교 태권도부가 창단(2009년)된 지 이제 겨우 5년. 10명의 선수가 전부다. 아직 11체급을 다 채우지도 못했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 매번 메달을 획득하는 팀이다.

그렇다면 선수수급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당연히 이호연 코치의 몫이다. 2011년부터 이 팀의 지휘를 맡게 된 이 코치는 선수가 없는 것은 물론 수급할 방법도 막막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있다. 매일아침 전교생이 건강달리기를 하는데 그들 중에서 태권도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갖춘 학생과 말썽꾸러기들을 찾아 상담하면서 선수를 발굴하고 있다.

이렇게 이 코치가 부임하면서 선수들도 한두 명씩 늘기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11체급도 다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단된 지 5년 밖에도 안 됐는데도 성적이 계속 향상되자 학교의 예산지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학교 측은 지원이 부족해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영석 체육부장은 “학교가 많은 지원을 할 수 없어 항상 미안한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하고 있다”며 말했다.

이 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태권도자율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지원자들을 모집해 정기적으로 품새 대회를 열기도 한다. 양벌초등학교 교기가 태권도인 셈이다.

팀 성적과 학교의 지원이도 갈수록 늘고 있고, 태권도자율체험교실로 태권도의 열기도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지만 전혀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주시에 이 선수들을 받아줄 중학교 팀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울과 분당, 송탄 등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호연 코치는 “여기저기 흩어지다 보니 훈련의 집중도가 떨어짐은 물론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양벌초등학교는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바라보는 팀이다. 금메달을 따낼 경우 창단 5년 만에 전국의 강호로 올라서게 된다. 그런데 이들을 안아줄 중학교가 아직 없다.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 양벌초등학교가 함께 풀어야할 숙제로 보인다.

김창완 기자 (chang2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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