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박주영·혼다…브라질서 동반 명예회복?
아스날 박주영, 지난 2년간 임대 생활 '떠돌이'
밀란 입성한 혼다도 적응에 애 먹으며 입지 불안
한국과 일본 축구 대표팀에서 공격의 핵을 이루고 있는 박주영(29·왓포드)과 혼다 케이스케(28·AC 밀란)가 월드컵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9일,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등번호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박주영은 공격수의 상징인 10번을 받게 됐다. 특히 대표팀의 등번호 10번은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이번 대회까지 3개 대회 연속 박주영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만큼 박주영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신뢰가 남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박주영은 2006 대회 당시 선배들이 다른 번호를 먼저 ‘찜’하는 바람에 어렵지 않게 10번을 차지했고, 2010 대회에서는 박지성과 함께 당당히 대표팀 전력의 핵으로 평가 받아 일찌감치 10번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후 박주영을 둘러싼 상황과 입지는 많이 달라져있다. 야심차게 아스날로 이적했지만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셀타 비고, 왓포드 등으로 임대 생활을 떠났고, 새 소속팀에서조차 전력 외로 평가받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소속팀 출전 여부가 대표팀 선발의 기준”이라던 홍명보 감독의 입장도 곤란해졌다. 결국 홍 감독은 이번 최종엔트리에 박주영을 포함시키며 “선수 선발의 원칙을 깨뜨린 것 맞다”는 사과 아닌 사과를 해야 했다.
일본 대표팀 에이스 혼다 케이스케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박주영과의 차이점이라면, 혼다는 여전히 일본 국민들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으며 대표팀 내 입지도 굳건하다는 점이다.
혼다는 지난 1월, CSKA 모스크바를 떠나 이탈리아 명문 AC 밀란으로 이적했다. 혼다는 교체 출전한 데뷔전에서 골대를 강타하더니, 2경기 만에 선발 출전해 데뷔골을 터뜨리며 밀라노 축구팬들을 들끓게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낯선 포지션을 부여 받은 혼다는 경기 내내 둔한 모습을 보였고, 무엇보다 동료들과의 호흡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그러면서 그를 계속해서 기용하는 클라렌스 시도르프의 선수 기용도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급기야 혼다는 지난달 26일 AS 로마와의 경기 도중 카카로부터 혼찌검이 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혼다와 카카는 수비 도중 공을 걷어내려던 찰나, 서로 미뤘기 때문이다.
혼다 역시 좁아진 자신의 입지를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서 “이렇게 힘들었던 시즌은 처음이다”라며 “무엇보다 수비 시 전술 이해가 적응하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철저하게 망가진 지난 4개월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부진이 월드컵까지 이어질 것 같은가란 질문에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을 보인다. 특히 오른쪽 미드필더에서 뛸 수 없을 것 같아 분하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주영은 2010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프리킥 역전골로 대표팀의 16강을 이끌었다. 혼다 역시 같은 대회서 무회전 프리킥은 물론 강력한 중거리슛, 뛰어난 패스 감각을 선보이며 단숨에 아시아 최고라는 극찬을 받았다.
월드컵이 끝난 뒤 시기는 다르지만 두 선수 모두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명문 클럽 입단에 성공했다. 그리고 좌절감을 맛본 것까지 똑 닮아있다. 과연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박주영과 혼다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을 떨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