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맹수' 일베와 오유, 6.4 지선서도 활약할까?
2012년 총·대선서 정치성향 커뮤니티와 SNS 맹활약 사실
여론 주도와 정치 공격 완화 역할로 이미 핫이슈 메이커로
6.4 지방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오유(오늘의 유머)’ 등 정치 성향을 띠는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일베, 오유, 디시인사이드, 다음 아고라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각종 이슈를 생산하며 SNS를 비롯한 사이버 여론을 주도했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정치인 및 선거 관련 게시글들을 쏟아내며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먼저 일베는 19대 총선 때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현 국민TV PD)의 ‘위안부 막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결국 김 씨의 막말이 언론에까지 보도되면서 김 씨는 물론 민주당도 함께 선거에서 참패했다. 전략공천 대상자였던 김 씨의 이미지 악화가 정당의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줬던 것이다.
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고가 의자’ 논란을 생산했다. TV광고 속 문 후보의 의자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이라는 사실이 일베를 통해 확산되면서 ‘서민 이미지’를 활용했던 문 후보는 큰 타격을 입었다. 결과적으로는 문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일베의 ‘목적’은 달성됐다.
최근에도 일베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를 상대로 ‘종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일베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과거 박 후보를 지지했던 사실, 박 시장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던 사실 등을 근거로 들어 서울시장 선거를 보수대 진보의 이념대결로 몰고 가는 양상이다.
반면, 오유와 아고라는 새로운 이슈를 발굴해내기보다는 기존에 알려진 사실을 근거로 진보진영의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주된 활동은 현 정권과 보수정당에 대한 비판글들을 SNS 등을 통해 확산시키는 것이다. 때로는 천안함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한 정부 음모론을 퍼뜨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베와 디시인사이드 등을 통해 확산된 논란을 방어하거나 희석시키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대북정책 문제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비판받을 때에는 이들 대통령의 업적을 퍼뜨리고,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싸고 ‘폭동설’, ‘북한국 개입설’ 등이 확산될 때에는 ‘역사 지킴이’ 역할을 자처했다.
진보진영 네티즌들의 가장 부각되는 활동은 다음 아고라를 통한 청원이다. 18대 대선 직후에는 재검표 청원을 주도했으며, 현 세월호 정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과 길환영 KBS 사장 퇴진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일베와 달리 진영 내 결집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이밖에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소설가 이외수·공지영 씨,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다만 이들 모두 극단적인 성향으로 상대진영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이 오히려 중도층 이탈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특히 이들의 활동이 지난 총선과 대선 때만큼 큰 파괴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일베와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세월호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모욕글을 게시한 혐의로 수십명의 이용자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오유와 아고라는 대통령 퇴진과 같은 과격한 주장으로 중도층과 상대진영의 반발만 초래하고 있다. 이들 모두 역풍을 우려한 듯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의 활동이 힘을 받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선거가 ‘인물’로 평가받는 지방선거라는 점이다. 총선과 대선의 경우 사실상 집권정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상징적인 타깃을 잡아 진영논리로 접근하기 쉽지만, 지방선거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지역별 개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특정 커뮤니티나 인사가 여론을 주도하기보다는, 후보별 캠프의 전략과 지역별 여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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