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 레드냅, 윤석영 구애 작전…에코토 부상 없었다면?
월드컵 코앞에 두고, 한국축구에 양보 요청
기회 박탈하며 희망고문, 필요할 땐 낮은 자세로
'아수 에코토(30·카메룬)가 무릎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해리 레드납 감독(67)은 올 시즌 아수 에코토를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했다. 이 때문에 같은 포지션에 있던 윤석영(24)은 사실상 전력에서 제외됐다. 그러던 중 윤석영이 지난 3월 미들스보러와의 리그전에 ‘깜짝’ 선발 출장했다.
당초 레드납 감독은 미들스보러전에서도 윤석영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아수 에코토가 갑자기 무릎 통증을 호소해 전선에서 이탈했다. 이어 리차드 던, 아르망 트라오레 등 주전 수비진도 줄줄이 경고누적 등으로 결장하자 레드납 감독은 ‘제4의 후보’ 윤석영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었다.
QPR 입단 후 ‘무려 7개월’ 만에 선발로 나선 것이다. 이 경기에서 윤석영은 놀라운 기량으로 3-1 역전승에 기여했다. 영국 주요 언론은 만장일치 윤석영을 ‘최우수선수(MOM)’에 선정했다.
그럼에도 레드납 감독은 윤석영을 신뢰하지 않았다. 미들스보로전이 끝난 후 리차드 던이 징계에서 풀리고 트라오레마저 복귀하자 다시 윤석영을 벤치에 앉혔다.
QPR이 최근 윤석영 차출을 요청한 대한축구협회에 “소집 일정을 24일 이후로 늦춰 달라”고 애걸복걸한 행동이 가당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수 에코토(카메룬)가 월드컵을 위해 부상 치료차 원 소속팀(토트넘)으로 복귀하자, QPR은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 코가 석자’가 된 레드납 감독은 윤석영에게 드문드문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윤석영은 지난 3일 리그 최종전 반슬리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QPR을 승격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이후 레드납 감독은 윤석영 가치를 깨닫고 중용하기 시작했다. 윤석영은 위건과의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도 안정된 수비로 QPR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이제 QPR은 오는 24일 웸블리에서 더비 카운티만 잠재우면 1부 리그로 올라선다.
그러나 윤석영은 QPR의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다. 단지 레드납과의 악연 때문만이 아닌, ‘조국의 대업’ 월드컵을 위해서라도 대표팀 조기 복귀가 바람직하다. 올 시즌 윤석영 경쟁자 아수 에코토도 조국 카메룬의 월드컵 성적을 위해 QPR의 부탁을 뿌리치고 귀국,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선수층 얇은 홍명보호 한국대표팀은 정말 여유가 없다. 최종명단 23인을 발표한 한국은 28일 튀니지와 출정식 겸업 평가전을 치른다. 정규리그 일정이 끝난 유럽파는 윤석영을 제외하고 모두 대표팀에 복귀했다.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1분 1초가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 축구협회의 차출 공문은 당연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른 정당한 요구다.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월드컵 개막 3주 전부터 리그 출전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만일의 사고(피로누적 불상사)에 대비해 FIFA가 직접 선수보호 관리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QPR 코칭스태프는 윤석영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모양새다. 아수 에코토가 토트넘에 복귀하지 않았다면 QPR 구단은 지금처럼 자존감 내던지고 영국 언론을 이용해 한국에 애걸복걸했을까.
윤석영이 24일까지 남아 QPR 승격을 견인하더라도 다음시즌 레드납 감독 선발구상에 포함될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레드납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뿌리 깊은 편견이 박혀 있다. 지난 1999년 최용수, 김도근 웨스트햄 이적에 초를 친 사건을 비롯해 박지성(은퇴)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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