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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말씀이라면…금융권 "통일연구 전문가 어디 없소?"


입력 2014.05.16 10:27 수정 2014.05.16 13:46        목용재 기자

"대통령 '통일대박' 코드에 구색만 맞추는 상황 벌어질 수도"

지난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이후 각 금융기관에서는 남북 경제·금융 통합을 위한 조직을 신설하는 등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의 금융 통합을 위한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상황에서 각 금융기관은 관련 연구나 정책을 담당할만한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행장 홍기택)·정책금융공사(사장 진웅섭)·수출입은행(은행장 이덕훈)·기업은행(은행장 권선주) 등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남북통합 경제·금융 관련 기구를 신설한 상황이지만 통합경제와 통합금융을 연구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책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통일금융, 통합경제를 위한 정책 수립을 실행할 인력풀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통일경제를 위한 부서 설립이후 흩어져 있던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데도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한 시중은행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도 "대통령의 '통일대박' 한마디에 정부 코드 맞추기가 범금융권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북한 이슈는 남북경협 뿐이었는데 통일과 금융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그쪽으로 연구하고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위 전문가들이라고 부르는 연구자들에게 통일금융·화폐통합 등 남북 경제 통합에 대한 문제를 물어보면 모두 난색을 표한다"면서 "모두 '지금이 시작단계라 드릴 말씀이 없다', '연구나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어 모른다'는 등의 답변만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통일대박'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지만 아직 진행상황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산업은행에서는 지난 2월 조사분석부에 북한·동북아 관련 파트를 신설했지만 담당인원은 3명에 지나지 않아 통일을 대비한 실질적인 연구는 정책금융공사와 통합된 이후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은 통합산은 출범을 통해 정금공의 북한경제팀·통일금융팀을 흡수해야 통일경제·금융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정책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산은이 출범하는 내년 초가 돼야 10명이 넘는 인원으로 구성된 전담부서가 출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금공은 산은과 통합을 앞두고 지난달 중순 기존 북한경제팀 외에 4인으로 구성된 통일금융팀을 신설했다. 북한경제팀은 북한의 경제·문화·사회·남북관계 등 전반적인 사안을, 통일금융팀은 구체적인 통일준비 사안을 구분해 추진하겠다는 의도였다.

정금공의 통일금융팀은 북한경제팀, 인프라금융팀, 중소기업금융팀의 인원으로 구성해 출범했지만 관련자료의 부족,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수출입은행도 지난달 중순 북한개발연구센터를 신설해 통합금융 분야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출범 초기이기 때문에 자리 잡기위해선 시간이 좀 더 소요된다는 판단이다.

북한개발연구센터의 초대 소장을 맡은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도 비상임직이기 때문에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은행도 14일 IBK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해 통일시대를 대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걸음마 단계다.

김도진 경영전략본부 부행장을 위원장으로 기업고객부장, 개인고객부장, 마케팅전략부장, 글로벌사업부장, 프로젝트금융부장, 종합기획부장, 여신기획부장, 인사부장, 미래기획실장 등이 통준위원으로 참여해 통일금융과 관련된 사안 은행 전체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IBK통준위 내 전문가는 간사를 맡고 있는 IBK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수석연구위원뿐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금융권에서 통합 화폐, 중앙은행 통합과 관련된 이슈를 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6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인사개편 이후에야 팀 단위의 북한 전담 부서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경제연구원 내에 북한 관련 전담 인력은 최근 박사급 인력 한명을 충원했음에도 세 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은은 내부적으로 정책당국이라는 입장 때문에 통합화폐·통합중앙은행 등 민감한 이슈와 관련된 대외 연구 발표에 대해 보수적인 성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은이 북한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한다고 해도 한은의 연구발표가 자칫 정부의 '흡수통일론'을 내비쳐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염려가 깔려있다.

시중은행들은 통일을 대비한 연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통일 대응 방안을 전담할 만한 인력구조도 안되고 관련 전문가도 없다"면서 "최근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이 이슈가 되면서 내부적으로만 검토하고 은행 내부 참고용으로 간단한 보고서를 쓰는 정도"라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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