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눈물은 대박? '진정성' 얻지 못하면 독
전문가 "국민 대신해 울지 않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울었다간 역풍"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은 복받친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수락연설을 하던 정 의원은 자신의 아들이 '국민정서 미개' 발언으로 논란이 된 것에 대해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연설 직후 단상을 내려오던 그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눈물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과 공직 후보자들이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정치인의 눈물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인다. 정치인의 눈물은 그 자체로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지적이다.
특히 눈물은 언제 어떻게 흘리느냐에 따라 유권자들의 가슴을 적시기도 하고, 등을 돌리게 만들기도 한다. 정치인의 눈물은 유약한 리더십의 상징이라는 우려와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는 묘약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 정치'의 덕을 본 대표적 정치인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을 배경으로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장면을 담은 TV광고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었다. 당시 '노무현의 눈물'은 대통령 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탄핵 역풍 속에서 눈물의 TV연설로 원내 50석도 얻기 어렵다던 예상과 달리 121석을 거둬들이며 판세를 뒤집었다.
하지만 정치인의 눈물이 때로는 나약하고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될 수도 있고, 계산된 정치행위로 비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중인 천안함 영결식장에서 추모 연설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같은해 KBS '아침마당'에 출연,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아들의 성공을 지켜보지 못하고 작고한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울었다. '쌍용차 해고 근로자' 가족들을 만나 사연을 듣고 눈물을 보였고,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본 뒤에도 10분간 울었다. 유력정치인이 눈물을 너무 자주 흘리면 '나약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치인의 눈물이 전략적으로 비칠 때에는 '악어의 눈물'로 비유된다. 악어가 먹이를 삼킬 때 눈물을 흘리는데, 먹잇감이 불쌍해 흘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눈물샘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해주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일 뿐이다. 연출된 울음이라는 것이다.
베테랑 연기자 "진짜 눈물은 없더라"…'진정성 여부'에 따라 독이 되기도
20년 경력의 한 연기자는 사석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치인들 눈물 말인데, 우리들은 보니까 대번에 알겠더라. 연기로 흘리는 눈물인지 '진짜' 눈물인지. 진짜는 별로 없더라." '전문가'인 그의 분석에 따르면 정치인의 눈물 가운데 진정성을 가진 눈물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무엇보다 정치인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인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에 달렸다. 정치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에게 '눈물의 진정성'을 얻느냐의 여부에 따라 감동이 되기도 하고, 정치적 쇼로 비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눈물을 닦아줘야 할' 정치인이 국민을 대신해 울지 않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울었다가는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홍보업무를 맡았던 한 인사는 "대통령이 임기 중에 눈물을 몇 번 흘리셨는데, 내가 옆에서 볼 때는 모두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하지만 국민들이 대통령의 눈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여론의 반응이 상반되게 갈라지더라"고 말했다.
정치인의 눈물은 학문적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2004년 발표한 논문 '정치인의 눈물과 이미지 형성에 관한 실험연구'에 따르면, 정치인의 눈물은 해당 정치인에게 따뜻한 인상을 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유약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치적으로 하향세에 있는 인사가 눈물을 흘리면 더욱 허약한 이미지로 각인돼 치명적인 내상을 입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상승세 정치인에게는 따뜻한 이미지를 더해줘 유권자의 공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됐다. 즉, 정치인 눈물은 '1등후보 전략'인 것.
이와 관련, 민주당 출신인 이승희 전 의원은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눈물알레르기'가 나타나는 것 같다"며 "이는 표를 얻고 싶은 생각이 너무 강할 경우 신체의 면역체계 이상반응인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눈물이 흐르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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