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들이 "해양전문가" 실종자가족들 희망고문만
현장 전문가 "개방형 다이빙벨보다 폐쇄형이 더 적합"
잠수사들 "이 바닥 뻔한데 이종인에 불리한 얘기 못해"
“다이빙벨이 만능이라고 한 사람들이 대체 누구냐!”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실효성 논란 끝에 투입된 ‘다이빙벨’이 실패를 선언하고 현장에서 완전 철수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팽목항에는 “속았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다이빙벨은 논란 끝에 지난달 29일 투입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1일 자진 철수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결론적으로 실종자 가족들 데리고 장난친 거 밖에 안 된다”며 분개했다. 현장에서 다이빙벨 투입 과정을 지켜본 한 실종자 가족은 “(이 대표가) 감방 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이빙벨 논란은 당국의 ‘무능 대처’를 틈타 실종자 가족들을 희망에 부풀게 했다가 더 큰 절망에 빠뜨리는 일이 됐다. 사흘에 걸친 다이빙벨 투입 과정에서 구조에 필요한 귀한 시간도 허비했다. “실종자 가족들 희망고문 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양작업 전문가들은 다이빙벨 투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가적 참사에 자기 홍보하러 갔다가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15년 경력 이상의 전문 잠수사와 민간업체 해양장비 기술자 등 복수의 관계자는 2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다이빙벨이 기적을 일으킬 만능열쇠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구조작업 현장에 실력보다 홍보 능한 사람이 떠들고 있더라"
잠수사인 박병수 SU수중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세월호 구조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을 보면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다”며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이 안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방형 벨이 아닌 물과 완전히 차단되고 압력조절 기능을 갖춘 폐쇄형 벨인 포화잠수벨이 구조현장에 투입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구조작업 현장을 나도는 ‘얼치기 전문가’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그는 “수색현장에 일부는 자기PR를 위해 간 분들도 있다”며 “마음만 앞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업계에서 인정하는 전문가들이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현재 박 대표는 민관군 합동구조팀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팀원들과 구조작업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20년 경력의 잠수사 김모 씨는 “물먹고 사는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이빙벨이 어떤 장비인지 이해하고 있다”며 “기적을 일으킬 장비가 아닌 바다에서 다이버를 실어다 주는 ‘수중 엘리베이터’다. 요즘 분위기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후 우리업체 직원들과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러 현장에 갔는데, 그냥 돌아왔다. 선배들이 ‘마음 상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하더라. 일부 업체들이 홍보 목적으로 와서 돌아다니니까... ‘진짜 프로’들이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끼린 서로 어떤 장비 쓰는지 다 알고 있는데... 실력 보다 홍보에 능한 사람이 떠들고 있더라.”
김씨는 “언론에서 이 대표의 다이빙벨이 들어가면 마치 생존자를 구해올 듯이 이야기했지만, 그 보다 성능이 좋은 장비는 얼마든지 있다”며 “결론이 좋지 않으니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해양구조 전문)업체에 문의해 보면, 여러 가지 모양의 ‘진짜 다이빙벨’이 많다. 이 대표의 다이빙벨은 그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현장에 왜, 어떻게 갔는지 (후배들이) 입바른 소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다이버들 세계에서는 다 ‘형님동생’하는 사이인데,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는 ‘아웃’ 된다. 조심스럽다”고 했다.
"다이빙벨, 많은 잠수벨 중 하나 '구세주'아니었다"
서울에서 중소 해양구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세월호 수색작업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홍보나 영업하러간 사람들이 많더라”라며 “결과적으로 이 대표도 사업가인데, 너무 나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다이빙벨이 ‘구세주’처럼 된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현재 해군이 가진 포화잠수벨(PTC)이 구조현장에서 쓰기엔 훨씬 뛰어난 장비”라고 말했다.
그는 “다이버 10명에게 물어보면 8~9명은 포화잠수벨을 이용하자고 한다”며 “이 대표의 다이빙벨은 ‘개방형’으로 우리나라 바다상황에 맞게 경제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물과 완전히 차단되는 ‘폐쇄형’ 포화잠수벨이 이번 작업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잠수사인 고모씨는 “제발 상황을 모르는 분들이 이상한 여론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사건에 어떤 장비가 필요하고 사용되어야 하는지 여론이 판단할 일이냐”라며 “이렇게 휘둘릴 바엔 차라리 이쪽에 ‘선수’들 100명을 놓고 설문을 하라. 그게 더 낫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대표의 ‘개방형 벨’이 논란이 된 것은 잠수 시간을 얼마나 늘리느냐의 문제였는데, 구조작업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려면 포화잠수벨을 사용하는 게 낫다”며 “해군이 이를 보유하고 있는데, 바다가 허락하면 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빙벨 실패? 정부행정 전문성의 실패"
전문가들은 “다이빙벨이 만능이 아니다”, “홍보 목적이 의심스럽다”고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언론의 보도방향과 이에 편승한 여론을 겨냥,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세주”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1일 다이빙벨 자진 철수를 결정한 뒤 “나한테는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기회였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이번 수색작업을 ‘사업의 기회’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다이빙벨 작업’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앞으로 내가 질타를 받고 사업하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적 기관인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이 모든 첨단 장비를 갖출 필요는 없더라도 이를 판단할 전문 인력을 있어야 한다”며 “한 명의 민간 전문가에게 정부가 놀아날 정도라는 것은 전문성 없는 정부기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다이빙벨 논란은 장비 투입의 성패 여부가 아닌 정부기관 신뢰와 전문성의 실패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해수부와 해경이 전문성을 높이는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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