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보여준 '부작용의 역설' 더 이상 안된다
<기자수첩>'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 바꾼 노력도 공염불
세월호 참사 특별취재반 |
이충재 기자 김수정 기자 백지현 기자 |
조성완 기자 윤정선 기자 |
사진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
“어떤 일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
사전 속 부작용(Side Effect)의 정의다. 역사는 어떠한 사건·현상(작용)에 따른 부작용의 연속이다. 급격한 산업화는 대량생산이라는 열매를 얻었지만 지구온난화 등 ‘자연파괴’ ‘부의 계급화’를 낳았고, 인터넷은 정보수집의 편의성과 접근의 불평등을 상당부분 해소했지만 무분별한 정보의 범람과 유통은 ‘악플러 문제’ 대규모 ‘해킹사태’ 등 각종 부작용도 그 어두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은 때때로 ‘기술개발’ ‘과학발전’ 이라는 결과를 동반하기도 한다. 즉, 부작용의 역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임상의학자이자 연구가인 쿤트 헤거(1925∼1984) 박사가 정리한 '삽화로 보는 수술의 역사'에 따르면 전쟁이 점철된 19∼20세기는 역설적으로 비약적인 의학의 발전을 이룬다. 통증과의 씨름도 함께 진행되어 에테르, 클로로포름을 거쳐 큐라레를 활용하기에 이른다. 루이 파스퇴르,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 세균학이 정립되면서 방부법이 발전하고, 수술용 장갑이 비로소 사용된 것.
이 같은 ‘부작용의 역설’은 우리사회에도 쉽게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인구대비 암 발생률이 높은 우리나라 의료진들의 ‘암 치료 기술’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것은 물론, 우리사회의 만연한 음주문화는 숙취음료의 개발에 촉진제가 되면서 그 효능을 인정받아 해외로 수출되기도 한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실시간 ‘대리운전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 뿐 만인가. ‘빨리빨리’ 의식은 세계 최고의 ‘광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의 한 축으로 작용했고, ‘신속배달’ 등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광속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한국만큼 ‘빨리빨리’ 의식이 강하다는 홍콩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만큼 빠른 서비스는 찾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체험하는 ‘한국형 신속서비스’는 그들이 한국을 즐기는 또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부작용의 역설을 반기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연구원들이다. 실제로 최근 국과수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렇게 토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천안함 사태, 대구 지하철 참사까지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조차 찾기 힘든 일들이 계속해서 터져왔다. (역설적이게도)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과수의 수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연구원들에게는) 그야말로 불운한 축복이다.”
당시 이 말을 내뱉은 관계자의 얼굴은 비통함 그 자체였다. 이는 곧 ‘세월호 사태’에 대한 걱정과 슬픔, 향후 수사에 대한 부담과도 연결된 듯 보였다.
그의 말대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건사고에 대한 ‘부산물’로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발전이 동반상승했다는 점은 본 기자에게도 쓰라릴 정도로 공감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시각을 조금만 달리 해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많은 전례를 겪었음에도 도대체 정부의 ‘부작용의 역설’은 왜 등장하지 않는가. 국민들이 분개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히려 정부는 늘 제자리였다. 늘 사고가 터지고서야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서는 관습은 이번 사고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기존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변경, ‘국민안전’을 1순위로 두겠다는 새 정부의 공약도 그저 공염불에 그칠 뿐이었다. 심지어 사태 수습에서 드러난 부처 간 ‘책임 전가’ 움직임도 여론의 감정을 자극했다. ‘정부를 못 믿겠다’는 극단적인 우리 국민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은 어쩌면 ‘요지부동’ 정부의 안일함이 낳은 결과는 아닐지 곱씹을수록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영화 ‘Side Effect(부작용)’에서 주인공 조난단 뱅크스는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할 행동을 맞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 줄 알아? 바로 과거의 행동이야.”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하는 행동도 이와 같지 않을까. 과거의 악습을 직시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것. 유치원 아이들도 바로 이해할 이 이야기를 부디 우리 정부가 이번 기회에 뼈아프게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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