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오겠습니다’ 했으면 ‘다녀왔습니다’ 하세요"
팽목항 삭막하던 상황판에 전국에서 온 위로 메시지 가득
생존자 생환 그리는 뜨거운 가슴의 말들이 꽃처럼 피어나
세월호 참사 특별취재반 |
이충재 기자 김수정 기자 백지현 기자 |
조성완 기자 윤정선 기자 |
사진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
‘세월호 참사’ 8일째인 23일, 수색상황만을 전달하던 전남 진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앞 상황판에는 전국 각지에서 날아온 응원 메시지로 가득 채워졌다.
전날 설치된 이후 ‘DNA 검사 방법과 장례 절차 안내문’만 붙어있던 상황판은 이날 오후 들어 경기지역 고등학생을 비롯한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날아온 편지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편지에는 실종자들의 무사귀환과 가족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내가 지금 가장 듣고 싶은 것은 당신들의 생존사실이고,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여러분들의 얼굴입니다. 꼭, 힘들겠지만 힘내서 부모님의 품에 동료의 품에 친구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힘내세요. 해운대여자중학교 2학년 이○○.”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미네소타에서 학교를 다니는 안○○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같은 또래 친구들의 사고 소식에 넘 가슴 아파 하루종일 울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크게 도움은 안 되겠지만 저의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라 생각해주세요. 제발 살아 돌아오라고 간절히 빕니다. 아니 꼭 살아 돌아올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일여중에 재학 중인 이○○입니다. 어떤 말을 해드려야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드리고 싶어 편지를 써보겠습니다. 기적은 존재합니다. 아직 발견되지 못한 학생들과 승객들 모두 살아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전 국민이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눈물이 나려합니다. 자꾸...하루하루 뉴스만 보며 지내고 있어요. 수업 듣다가도 생각나고, 눈물나려하고...가슴이 너무 먹먹합니다. 선장에 대한 분노와 그 친구들에 대한 걱정, 희망으로 지내고 있어요. 저를 포함해서 가족 친구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에요. 힘내세요. 제일여상 최○○.”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제발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다녀오겠습니다’로 시작한 여행, ‘다녀왔습니다’로 끝내주세요. 단원고등학교에 기적이 일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언니 오빠들 파이팅! 사천여자중학교 3학년 8반 김○○.”
“안녕하세요. 바로 옆에 있는 학교인 경안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지금은 눈에 아무것도 안보이실 거 알고 얼마나 슬프신지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제3자가 봐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마음이 어떠실까요. 해드릴 말이 이거밖에 없어서 너무 죄송해요. 힘내세요. 그리고 얘들아 너네도 제발...살아만 있어줘. 우리 같이 놀러도 다니고 남친도 사귀고 누릴 거 다 누려봐야지. 6000만 국민이 모두 바라고 있어, 제발 무사히 돌아와줘. PS. ○○이 친구야. 제발 부모님 봐서라도 살아있어줘.”
이날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된 편지들은 진도군청으로 보내진 구호물품 속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편지들은 개인이 보내거나 한 학급이 단체로 작성해서 보낸 경우도 있다. 해운대여자중학교는 다수의 학생들이 손 글씨로 쓴 편지를 모아서 한권의 앨범에 담아 마음을 전달했다.
그동안 상황판을 무심하게 지나쳤던 실종자 가족들도 발걸음을 멈춘 채 학생들이 보내준 편지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 중년 부부는 한참동안 편지를 찬찬히 살펴본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맙다”라고 말했다.
상황판이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 찬 반면 ‘민간잠수부 접수처’가 마련된 현수막에 작성된 글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해당 글귀들에는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과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돌아와라. 보고싶다는 말은 싫다. 잘 다녀왔다는 말 한마디. 부모님께 전해주려므나. 어머니께서 내일 네 교복을 빨아 널게 해주렴. 그냥 돌아오기만...”
“○○야. 그때처럼 우리 집에서 △△이랑 같이 밥 먹었잖니.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 희망 잃지마라. 너라도 살아야지.”
“아가야. 아가야. 내 아가야. 엄마 품에 돌아와. 토닥여줄게. 영원히 사랑해. 울 큰아들 ○○야.”
“사랑하는 우리 아빠. 춥고 배고프시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아빠의 가족들 모두 간절히 간절히 두손 모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꼭, 무사히 끝까지 버티시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아빠 꼭 조만간 봬요.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아빠. 아빠 딸 올림.”
“아이들아 우리는 아무것도 너희들에게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너희들을 뭍에서 바라보고 너희들은 이제 뭍으로 나오는구나.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한편, 진도 팽목항에는 실종자 가족들과 구조인력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고 있다.
옷과 담요, 생필품, 생수, 속옷 등의 구호물자는 하루에 5톤차량으로 10대분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인근 지역인 진도·해남뿐만 아니라 단원고가 있는 안산, 그 외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실종자 가족과 구조 인력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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