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선수폭행' 파문이 남긴 것들
물러나면서도 배후세력 등 억울한 심경 토로
진짜 문제 파악 못한 듯..구단주 행보도 실망스러워
연습경기 도중 선수를 폭행하고 이후 언론에 거짓 해명까지 해 물의를 일으킨 프로축구 성남FC 박종환(76)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성남은 22일 "박종환 감독이 지난 16일 벌어진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시민구단으로 거듭난 성남FC 초대 감독으로 지난해 12월 23일 선임된 박 감독은 복귀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박 감독은 지난 16일 성남탄천구장에서 성균관대학교와 연습경기 하프 타임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둥글게 모여 있는 가운데 그라운드에서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을 때렸다.
문제가 불거지자 박 감독은 언론을 통해 "선수들한테 직접 물어보면 좋겠다. 전반에 너무 경기력이 형편없어 '대학 선수들하고 하는데 더 잘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폭행이 아니라 꿀밤 한 대씩 줬다. 그것 뿐"이라고 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여태껏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도 안 했다. 내가 선수들을 얼마나 아끼는데…. 손찌검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이 누군가의 음해라고까지 주장을 했다.
하지만 문제의 연습경기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축구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감독의 당시 행동에 대해 ‘명백한 폭행’이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성남 선수들, 성균관대학교 선수들, 학부모들, 팬들, 에이전트 등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증언한 축구인이 거짓말을 했다면 누군가에 의해 반론이 제기 됐겠지만 ‘명백한 폭행’이었다는 증언에 대한 반론은 제기되지 않았다.
박 감독이 언론을 통해 밝힌 ‘꿀밤’이라는 해명도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물론 박 감독의 행동이 그의 해명대로 경미한 ‘사랑의 꿀밤’이었다고 해도 프로 선수들에게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음은 당연하다.
결국, 성남 구단은 지난 17일 공식 홈페이지에 '16일 연습경기 도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성남FC 공식 입장'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성남 구단은 17일 박종환 감독과 김성준, 김남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실시, 박 감독이 해당 두 선수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약속을 했다. 이에 두 선수도 박 감독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이번 사건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박종환 감독은 이번 일에 대한 구단의 제재 조치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밝혔으며, 이와 별도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이번 일로 선수단 사기가 떨어지지 않길 바란다. 대단히 송구스런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이후 성남 구단은 지난 19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 경기에 박 감독을 배제하도록 한 뒤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데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결국 이번 사태는 박 감독의 자진 사퇴로 일단락 됐다.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퇴지만 사실상 권고 사퇴이고 경질이다. 하지만 사퇴를 결정한 박 감독은 여전히 가슴에 맺힌 것이 많아 보인다. 박 감독은 자진 사퇴를 결정한 22일 여러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고, 이번 사퇴는 너무도 억울하다’는 것.
선수와 팀을 위해서 한 행동이지 특정 선수를 미워한 개인적인 감정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 박 감독의 입장이다.
또한 박 감독은 자신의 그라운드 폭력행위가 입증된 지금도 여전히 이번 사태의 배후에 신문선 성남 구단 사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신 사장의 음해에 억울한 희생을 당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명예 퇴진이 결정된 지금까지도 박 감독은 여전히 자신의 행동에 정확히 어떤 잘못이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의 퇴진을 주장한 언론과 팬들은 박 감독이 선수를 미워했기 때문에 사퇴를 주장한 것이 아니다. 또 신문선 구단 사장이 박 감독의 경질을 주장했는지도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박 감독의 퇴진을 주장한 사람들은 지도자로서 선수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물리력을 사용한 부적절성과 자신의 행동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박 감독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퇴진의 이유로 지적한 것이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학교 스포츠 폭력 내지 그라운드 폭력이라는 부적절한 관행은 ‘선수들에 대한 사랑’ 내지 ‘올바른 지도’를 명분으로 자행되어 왔다. 과거 80-90년대 한국 스포츠계에 비해 지금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고는 하나 이 같은 명분하에 자행되는 스포츠 폭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스포츠 문화의 최고 정점에서 한국 스포츠 문화의 선진화를 이끌어야 할 프로 구단 감독이 그 정도의 경중을 떠나 프로 선수의 분발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물리력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박 감독의 사례가 특히 비판 받아야 할 이유는 프로 선수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출전 기회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는 감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선수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결론이 나기까지 무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은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일이고 한국 스포츠계 통틀어 망신스러운 일이다. 특히, 성남 구단의 구단주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이재명 시장이라는 점은 더더욱 실망스럽다.
현 구단의 전신인 성남일화 시절 팀을 잘 이끌던 안익수 감독을 물러나게 하고 박종환 감독을 사령탑 자리에 앉힌 장본인이 이 시장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고 해도 선수들의 인격과 인권을 침해한 박 감독의 행동을 확인하고도 박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신문선 사장의 면담요청도 무시한 채 일주일 가까운 시간을 끌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핀 이 시장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결국, 성남 구단은 시민구단으로 거듭난 첫 해 그라운드 폭력의 장본인으로 성남시와 성남시민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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