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 귀화 논란에 대한 유감
아시안게임 겨냥, 전력 강화 일환..원칙과 철학 실종 아쉬워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둔 한국 남녀농구가 나란히 대표팀에 귀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여자농구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주도로 지난 시즌까지 삼성생명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앰버 해리스(26)의 귀화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남자농구도 한국농구연맹(KBL)이 2013-14 시즌 국내에서 뛴 외국인 선수들 중 일부를 후보군에 올려놓고 1명을 귀화시켜 국가대표팀에 합류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이승준이나 문태종 등 귀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활약한 경우는 있지만 이들은 혼혈출신으로 최소한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게 공통점이다. 순수한 외국인선수의 귀화 및 국가대표 발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귀화선수 영입추진은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한 대표팀 전력 강화 프로젝트면서, 최근 아시아농구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남자의 경우, 최근 중동이나 필리핀 등이 적극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시켜 대표팀에 영입하고 있다. 지난 아시아선수권에서 남녀 모두 높이의 열세를 절감한 한국농구도 부족한 정통센터와 득점력 부재를 외국인 선수 귀화를 통해 단기적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충분한 여론 수렴이나 원칙 수립 없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귀화 선수를 영입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대표팀에 귀화선수를 들이는 명분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농구인기 중흥, 둘째는 다른 나라들도 귀화선수를 영입하는 만큼 전력 보강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농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국제 경쟁력이 형편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귀화선수가 없어서라기보다는 한국농구 스스로가 국제무대 흐름에 둔감했고, 대표팀에 체계적인 투자나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이 더 크다.
귀화선수의 영입을 추진하더라도 최소한의 원칙과 철학은 있어야한다. 이는 곧 귀화선수의 정체성 문제다. 한국 국적만 쥐어준다고 다 한국인이 아니다. 한국에 대한 아무런 이해와 자발적 귀화 의지가 없는 인물에게 단기적인 국제대회 성적을 위해 국적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 '특혜'를 주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귀화선수 한 명 영입한다고 한국농구가 당장 국제수준에 근접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농구계가 한 번 잘못된 선례로 물을 흐려놓기 시작하면 다른 종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더욱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
귀화선수의 신분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KBL이나 WKBL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선수를 귀화시킨다면 이들이 앞으로 국내무대에서 활약할 때 자격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원소속팀은 귀화선수를 국내 선수 신분으로 뛰게 하면 엄청난 전력강화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다른 팀에서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귀화선수의 출전자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한다면 이는 곧 역차별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KBL처럼 귀화선수의 경우 특별 드래프트제를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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