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경기’ 류현진, 보름 동안의 롤러코스터
호주 개막시리즈 무실점 호투·첫승 뒤 발톱 부상
커쇼 예상치 못한 부상, 본토·홈 개막전 떠맡아
류현진(27·LA 다저스)이 지난 보름동안 상승과 하강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홈 개막전에서 뚝 떨어졌다. 류현진은 5일(한국시각) LA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2이닝 8실점(6자책점)하며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이제 LA 다저스는 6경기만을 치렀다. 이 가운데 류현진이 3경기를 떠맡았다. 물론 중간에 일주일 정도 휴식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혹사'에 가깝다. 게다가 몸 상태도 완전하지 못하다. 어쩌면 롤러코스터급 기록은 예상했던 결과인지도 모른다.
류현진은 지난달 23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호주 개막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 나섰다.
당연히 1차전의 선발은 클레이튼 커쇼(26). 그렇다면 2차전 선발은 당연히 2선발인 젝 그레인키(31)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그레인키가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던 데다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경기를 한 적이 없다"며 호주에 따라갈 것을 거부했다. 이에 비해 류현진은 "그쯤이야"라는 마음으로 호주 개막시리즈에 기분좋게 따라갔다.
스프링캠프에서 연마한 커브가 잘 들어가면서 빠른 공,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모두 위력적이었다. 애리조나를 상대로 피안타 2개, 볼넷 1개로 잡아냈고 삼진을 5개나 잡아내며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7-5로 이기면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롤러코스터의 첫 상승이었다.
하지만 주루 도중 발톱이 께졌다. 발톱 부상 치료 때문에 류현진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원정 개막시리즈 등판은 물 건너가는 듯했다. 애리조나전에서 호투하면서 한껏 올라갔다가 발톱 부상이라는 악재 때문에 시즌 출발이 순탄하지 않았다. 류현진이 맛본 첫 하강이었다.
그런데 커쇼까지 문제를 일으켰다. 남들보다 이르게 시즌을 시작한 탓에 등 부상을 당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커쇼의 본토 개막전(원정 개막전) 선발 등판이 물건너갔다.
돈 매팅리 감독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개막전에 나설 선발 투수 찾기에 나섰다. 원정경기지만 미국에서 벌어지는 경기였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했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이 깨진 발톱 치료를 한 뒤 급격하게 컨디션이 올라갔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불펜 투구 테스트를 통해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류현진의 두 번째 상승이었다.
지난달 31일 펫코파크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씩씩하게 잘 던졌다. 7이닝동안 겨우 88개의 공만을 던지며 피안타 3개, 볼넷 3개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삼진은 7개나 잡았다.
그러나 류현진이 스스로 피로를 호소하며 자진 강판을 요청했다. 88개의 공만을 던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1-0으로 근소하게 앞서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른 강판이었다. 결국 불펜에서 불을 지르며 시즌 2승이 날아갔다. 또 한 번의 하강이었다.
류현진과 그레인키, 댄 하렌을 앞세워 샌디에이고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만들고 홈으로 돌아왔다. 홈 개막전 역시 중요했다. 하지만 홈 개막전에서 4선발을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커쇼는 아직까지 부상자 명단에 있었다. 그나마 구위가 가장 좋은 류현진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
문제는 류현진이 나흘 휴식만을 취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샌디에이고전에서 피로를 호소했던 류현진이었다. 게다가 발톱 치료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완쾌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홈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는 소식에 류현진의 마음은 한껏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야시엘 푸이그가 지각을 하면서 팀 분위기가 흐트러졌고 프로답지 못한 수비에 1이닝 6실점이라는 악몽을 맛봤다.
애리조나전 5이닝 무실점과 발톱 부상, 그리고 본토 개막전 선발 낙점과 샌디에이고전 7이닝 무실점, 잘 던지고도 2승 실패, 샌프란시스코전 2이닝 8실점까지. 류현진의 세차례에 걸친 개막시리즈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모두 담긴 롤러코스터였다. 그리고 그 이면엔 졸지에 '소년 가장'이 된 류현진에 대한 혹사가 있었다.
류현진은 보름동안 세차례 선발 등판, 1승 1패에 3.8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에이스의 기록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전 한 경기로 기록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직 류현진의 올 시즌은 기대할만 하다.
보름동안 치렀던 3경기에서 더욱 주목할 것은 류현진이 4개의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만 자신있게 던질 수 있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커브를 추가함으로써 상대와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분명 수확이다.
류현진의 해결 과제는 오히려 샌프란시스코전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것이다. 어쩌면 '멘탈갑'인 류현진도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체력 안배도 필요하다. 열흘 정도면 조시 베켓이 돌아오고 다음달 초에는 채드 빌링슬리와 커쇼도 합류할 예정이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매팅리 감독도 5선발 체제로 가겠다고 공언한만큼 보름동안 탑승한 롤러코스터는 이제 잊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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