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레알도 못 잡은 토티의 로열티
머니게임된 축구판에서 한 팀에서만 활약
레알도 뿌리친 토티에 ‘10’ 영구결번 움직임
축구라는 스포츠가 거대한 ‘머니 게임’이 된 현실에서 프로축구 선수가 현역 생활 내내 한 클럽에서만 활약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는 선수가 한 클럽에서만 활약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선수로서 데뷔부터 은퇴까지 한 클럽에서만 활약하는 경우에 대한 평가가 과거에 비해 요즘 더욱 더 높고 큰 것은 바로 축구가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된 현실 때문이다.
이탈리아 AS로마 프란체스코 토티(38)는 그런 점에서 세계 축구계의 ‘천연기념물’이라고 할 수 있다. 토티는 로마에서 프로선수가 되어 로마의 유니폼만 입고 700경기 이상 뛰며 300골 가까이 터뜨렸다. 올 시즌에도 나이가 무색하게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로마가 세리에A 2위를 달리는데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스트라이커로서 당당한 체구와 명석한 축구지능을 겸비, 그라운드 전체를 읽는 시야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패스와 정확한 슈팅 능력을 지녔고,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부터 교묘한 속임수 동작까지 능수능란한 축구의 귀재가 바로 토티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다.
필요한 선수는 지옥에서라도 잡아 오는 소위 ‘갈락티코 정책’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도 토티를 간절히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토티가 로마를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레알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은 “내 일생을 통틀어 레알 마드리드를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썼지만, 늘 로마의 주장인 토티를 원했다”며 “불행하게도 그를 데려올 수는 없었다. 그가 그의 도시이자 클럽인 로마에 남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결국, 토티의 이 같은 로마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과 충성심은 ‘영구결번’이라는 보상을 받게 됐다.
로마의 제임스 팔로타 회장은 최근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토티가 은퇴한다면 그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영구결번만으론 부족하다. 토티의 은퇴식은 한 시간으론 충분하지 않다.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은퇴를 기념하는 시간으로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토티가 은퇴하고 나면 로마에서만큼은 다시는 등번호 10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를 보기는 불가능하다. 축구에서 등번호 10번이 상징하는 것은 그야말로 ‘에이스’다. 어떤 팀이든 그 팀의 에이스가 10번을 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워낙 보편화 된 등번호이다 보니 10번을 영구결번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세리에A의 나폴리는 이미 디에고 마라도나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고, 브레시아도 로베르토 바지오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지만 그 역시 이례적인 일일 뿐 그 외에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한 클럽을 찾기는 어렵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고, 그 만큼 로마에서 토티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 축구계로부터 추앙 받고 있지만 한국 축구팬들에게 토티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지 못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의 악연 때문이다.
토티는 한국과의 16강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한국은 좋은 팀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다"며 "한국을 이기는데 한 골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 대표팀 정도면 이탈리아는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고, 한국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단 한 골도 넣지 못할 것이라는 조롱 섞인 언급이었다.
이 같은 토티 태도에 당시 국내 축구팬들은 이탈리아의 전력과 토티 개인의 기량을 인정하면서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토티는 한국과의 16강 경기 도중 한국의 수비수였던 김남일을 가격했고, 연장전에서는 한국 문전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하고 만다. 토티의 퇴장 직후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면서 한국은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토티의 퇴장과 안정환의 골든골을 지켜본 이탈리아의 축구팬들 상당수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토티에게 옐로우카드 대신 페널티킥이 주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당시 한국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의 축구팬들은 당시 이탈리아전 승리를 한국 축구 사상 최고의 승전으로 기억하면서 그런 가운데 토티는 이탈리아 선수 가운데서도 가장 교활하고 야비한 선수로 기억하고 있다.
토티가 언제 현역에서 은퇴할지는 알 수 없다. 여전히 그에게 오는 6월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그가 유니폼을 벗을 날이 멀지 않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의 악연에도 은퇴를 목전에 둔 토티가 로마의 ‘원클럽맨’으로서 그동안 이어온 행보에 국내 축구팬들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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