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vs 끝판왕 '누가 이기든 역사'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일부터 전개
최다 업셋 불명예 LG와 '만수' 모비스 격돌
극과 극의 역사를 지닌 두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다.
정규리그 우승팀 창원 LG와 2위 울산 모비스가 2일부터 시작되는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격돌한다.
LG는 1997년 팀 창단 이래 17년 만에 첫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 챔피언까지 노린다. 올 시즌 전까지 LG의 최고성적은 2000-01시즌 정규리그 2위와 챔프전 준우승이었다.
LG는 그동안 정규리그에서는 비교적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단기전인 플레이오프만 되면 한없이 작아졌다. 특히, 정규리그 2위만 4회 기록하고도 3회는 챔피언결정전에도 오르지 못하고 준결승에서 3위팀에 덜미를 잡혔다. 결국, 역대 플레이오프 사상 최다 ‘업셋’의 주인공이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썼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KT를 3연승으로 완파한 것은 LG로서는 2003-04시즌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이후 무려 10년만이자 6전7기 끝에 거둔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이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2000-01시즌 이후 무려 13년만이다. 문태종, 데이본 제퍼슨, 김종규, 김시래로 이어지는 역대 최강의 호화멤버를 구축한 올해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씻기에 절호의 기회다.
반면, 모비스는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에 도전한다. 모비스는 전신 기아 엔터프라이즈 시절 포함 챔피언결정전 우승만 4회나 차지했다. 준우승까지 챔프전 진출 경험만 계산해도 올해가 무려 8번째다.
유재학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4년 이후만 계산해도 5번째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며 정규리그 우승 4회, 챔치언결정전 우승 3회(통합 우승 2회)를 달성, 말 그대로 현존하는 프로농구 '끝판왕'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시래와 로드 벤슨을 둘러싼 양 팀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모비스와 LG는 지난 시즌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모비스는 골밑보강이 절실한 상황에서 LG로부터 정통센터 로드 벤슨을 영입하면서 포인트가드 김시래를 시즌 종료 후 내주는데 합의했다. 모비스는 해당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고, LG는 김시래를 얻으며 올해 정규리그 우승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윈윈 트레이드라고 할만하다.
김시래는 데뷔 이후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업적을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고 달성하는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대선배이자 ‘멘토’ 양동근과의 신구 가드 대결은 챔피언결정전 최고의 매치업이 될 전망이다.
LG 김진 감독과 유재학 모비스 감독의 지략대결도 눈길을 끈다.
올 시즌 김동광-이충희 감독의 연이은 사퇴로 졸지에 현역 최고령 사령탑이된 김진 감독은 권토중래를 꿈꾼다. 김 감독은 2001-02시즌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스)의 통합우승을 이끈 이후 12년 만에 다시 우승을 꿈꾼다. 동양에 이어 올 시즌 LG도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라는 것도 기묘한 인연이다.
유재학 감독은 현존하는 KBL 최고의 명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4년부터 모비스를 지휘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한 유 감독은 올해 다시 한 번 모비스를 정상으로 이끌 경우, 신선우 전 현대 감독과 KT 전창진 감독을 제치고 역대 최초로 4번째 정상에 오르는 감독이 된다.
나란히 국가대표 신구감독을 역임했던 두 지도자는 김진 감독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지휘봉을 잡아 20년만의 금메달을 이끌었고, 유재학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지휘봉을 잡아 다시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두 팀은 정규리그 성적(40승14패)과 상대 전적(3승3패)에서 팽팽했다. 두 팀이 역대 PO에서 맞붙은 것도 1997-98시즌 한 차례에 불과하다. 당시 모비스의 전신 기아가 4강 PO에서 LG를 3승1패로 제압한 바 있다.
어느 팀이 우승하든 역사는 새롭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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