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엇나가는 북한에 통큰 통일 제안
드레스덴에서 '통일 독트린' 발표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
남북한 주민들 인도적 문제해결 등 3대 구상 북측에 제안
박근혜 대통령이 28일(이하 현지시각)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이른바 ‘통일 독트린(신조)’을 발표했다.
이날 옛 동독지역의 대표적인 종합대학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박 대통령은 오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공동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3대 구상’을 북측에 제안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먼저 분단으로 상처받은 이산가족들의 아픔부터 덜어야 한다. 당연히 함께 살아야 할 가족 간의 만남조차 외면하면서 민족을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과거 동서독은 이산가족 등 분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 방문을 허용했고, 꾸준한 교류를 시행했다. 남북한도 이제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등으로 가족들의 한을 풀고 동시에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길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국제기관과 협의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적 지원의 구체적인 사례로는 “UN(국제연합)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1000days) 사업’을 펼칠 것”이라며 “나아가 북한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한반도의 통일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면서 “농업생산의 부진과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 받는 북한 지역에 농업, 축산, 그리고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남북간 신뢰가 쌓여감에 따라 앞으로 보다 큰 규모의 경제협력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북한 주민들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교통·통신 등 가능한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북한은 한국에 지하자원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남북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대북 개발협력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북한과 농업, 산림사업 경험이 많은 독일 및 유럽의 NGO(비정부조직) 등의 동참, 그리고 UN, World Bank(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과 협력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세 번째 제안으로 박 대통령은 남북한 간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차이를 지적하며 “무엇보다 남북한 주민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의 사업,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역사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는 “북한이 원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운용과 경제특구 개발 관련 경험·금융·조세관리·통계 등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도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통일 한반도의 성장 동력이 될 미래세대를 가르치고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공동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북측에 제안했다.
“전쟁과 핵무기 공포에서 벗어난 통일한국, 동아시아·세계경제에 이바지할 것”
이날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독일의 사례를 들어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독일의 통일과 통합과정에서 독일인들의 담대한 용기를 기억한다. 그토록 높아 보였던 베를린장벽도 동서독 국민들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열정을 막지 못했다”며 “통일을 향한 동서독 주민들의 오랜 노력은 마침내 통일이라는 큰 꿈을 이루게 했고, 나아가 유럽의 미래마저 바꿨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통일된 독일은 유럽의 중심국가로 부상했다. 통일 전 낙후된 지역 중 하나였던 이곳 드레스덴은 통일 후 세계적 첨단 과학도시로 발전했고, 다른 구 동독지역들도 크게 발전했다”며 독일의 통일이 우리에게도 통일시대를 열겠다는 희망과 의지를 다지도록 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도 통일 이후에 더욱 도약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북한지역 역시 급속히 발전할 것이고, 전쟁과 핵무기의 공포에서 벗어난 통일한국은 국제평화유지와 핵비확산, 환경과 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서 세계에 더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외신보도를 통해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경제난 속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거리에 방치되어 있었고, 추위 속에서 배고픔을 견뎌내고 있었다”며 독일 국민이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번영, 평화를 이룬 것처럼 한반도도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와 6자회담 복귀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하여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주변국 등과 함께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북한의 경제개발과 주변지역의 경제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독일어로 “Wir sind ein Volk(우리는 한 민족이다)!”를 외치며 “통일 직후 동서독 주민들이 하나 되어 부른 뜨거운 외침이 평화통일의 날, 한반도에서도 꼭 울려 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드레스덴공대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문화대 문학 명예박사, 카이스트 이학 명예박사, 부경대 정치학 명예박사, 서강대 정치학 명예박사에 이어 다섯 번째 학위다.
이번에 박 대통령에게 학위를 수여한 드레스덴공대는 독일 내 5대 명문공대 중 하나로, 1828년 작센 공업학교라는 이름으로 세워져 1961년부터 현재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과는 포항공과대학과 지난 2011년 학술·연구교류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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