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동부발전당진 인수 놓고 딜레마에 빠진 포스코
[기자의눈]'선택과 집중' 꾀할 시기에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 부담
포스코의 요즘 심정이 답답하다.
포스코의 새 수장으로 권오준 회장이 선임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운 것이 '재무구조개선'이었다. 이를 위해 권 회장은 출입 기자들과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도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접겠다"며 포스코의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철강 본원의 사업에 집중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과감히 중단·매각·통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건설이 보유한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포스코는 아직까지 '공식 인수 제안'이 없었고 공식적인 인수 제안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정황상 산업은행과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포스코는 철강경기 장기 침체와 정준양 전 회장의 공격적인 신규 사업 확장으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추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심지어 권 회장 취임 이후 경영임원 수를 50% 가까이 줄이고 권 회장 스스로 자신의 급여를 30% 반납하겠다고 밝히는 등 위기경영을 펼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그룹의 다이어트가 시급한 상황에서 동부그룹에서 나온 매물은 포스코에 '정크푸드(고열량 저영양 식품)'일 수밖에 없다.
현재 포스코에게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은 전혀 필요가 없다. 이를 인수한다해서 그룹에 시너지를 낸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천공장을 만약 국내 업체가 아닌 중국 철강업체들이 인수한다면 철강업계 맏형으로서 눈뜨고 볼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기업의 목을 휘어잡고 있는 금융권,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동부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포스코도 태생이 공기업이지 않았던가.
조속한 성과를 내보이고 싶은 산업은행으로서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됐으면 하는 것이고 아울러 동부그룹에 빌려줬던 자금을 하루빨리 회수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포스코가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시장에 알려진 1조6000억원이라는 매각가는 턱없이 높다고 판단해 최대한 낮추려고 할 것이다.
포스코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원이 넘고 자기주식을 처분해도 1조5000억원, 철강업과 관련 없는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등의 지분만 팔아도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다만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선언한 시기에 굳이 영양가 없는 '정크푸드'를 억지로 먹어야하는 포스코 심정은 절대 즐거울 리 없다.
취임과 동시에 '선택과 집중'을 꾀하겠다고 밝힌 권 회장으로서는 이번 동부제철 매물에 어떤 경영적 판단을 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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