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KGC, 갸우뚱 감독대행 체제
김태술·양희종 거취 해결 산적한 문제 많아
투자·변화 인색한 구단운영 여전 ‘고개 갸우뚱’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가 이동남 감독대행(39) 체제로 2014-15시즌을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범 전 감독이 지난 시즌 중 사퇴하고 물러난 뒤 임시로 지휘봉을 물려받았던 이동남 대행에게 감독 승격 없이 1년을 더 맡긴다는 것.
KGC 선택은 여러 면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구단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던 이상범 감독이 다소 석연치 않은 모양새로 물러나면서 많은 명망 있는 농구인들이 후임감독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이동남 감독대행은 정식감독 경력이 없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으로서 특별히 더 나은 성적이나 내용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물론 명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동남 대행은 KGC에서 선수와 프런트 업무를 거쳤고 코치로도 5시즌이나 경험을 쌓았다. 2012년 팀의 첫 우승에도 함께했다. 전임 이상범 감독 못지않은 KGC 프랜차이저다. 구단 사정에 밝고 팀 적응과 선수파악에 드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강점이다.
지금은 SK의 정식 감독이 된 문경은 감독도 지도자 데뷔 첫 시즌에는 감독대행으로 검증기간을 거친 바 있다. 이상범 전 감독도 2008년 유도훈 감독(현 전자랜드)이 갑작스럽게 팀을 물러나면서 대행체제로 감독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동남 대행의 상황은 과거와는 또 다르다. KGC는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탄탄한 선수구성을 갖춰 지금의 전력만 잘 유지해도 다음시즌을 기대할 만하다. 이상범 전 감독이 물러나게 된 결정적 사유가 성적부진임을 감안했을 때, 굳이 검증되지 않은 초보 감독의 대행체제를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스포츠 구단의 코칭스태프 선임은 일반 기업처럼 경력에 따른 호봉제가 아니다. 이는 KGC 구단에 대한 농구계와 팬들의 보편적인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공기업인 KGC는 이미 수년 전부터 투자에 인색하고 변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KGC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파격적인 리빌딩 역시 알고 보면 적극적인 선수영입과 투자보다는 낮은 성적을 감수하며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돈 안들이고 좋은 선수를 수혈하려는 꼼수에서 비롯됐다. 결과적으로 KGC의 리빌딩은 프로농구 차원에서도 안 좋은 선례를 남겼고, 결국 신인드래프트 방식이 변경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KGC는 올 여름 기로에 놓여있다. 우승의 주역이던 오세근은 군복무를 해결해야 하고 김태술과 양희종은 FA 자격을 얻는다. 3년간 공들인 리빌딩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감독 교체 과정에서 또 한 번 미래에 대한 의문 부호를 남긴 KGC로서는 올 시즌 김태술과 양희종의 거취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 유무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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