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버저' 오리온스 파격·투혼·한계, 그리고 희망
2시즌 연속 6강 PO행..8연승 질주 등 파격적 시즌
상위권 도약 발판 구축..위기관리 능력 부재 아쉬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양 오리온스가 19일 고양실내체육관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0-63 석패했다. 2연패 뒤 3차전 승리로 반전을 노렸던 오리온스는 SK 벽을 넘지 못하고 1승3패로 탈락했다.
오리온스로서는 의미있는 성과를 남긴 한 시즌이다. 2011년 논란의 연고 이전 이후 고양에서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2000년대 중반 극심한 암흑기에서 벗어나 리그의 강호로 부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추일승 감독 이후 매 시즌 변화를 추구해온 오리온스는 올 시즌 중반 또 파격을 단행했다.
팀의 간판스타라 할 수 있는 전태풍을 비롯해 4명의 선수를 KT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 팀 체질 자체를 갈아엎는 개혁을 선택했다.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부조화와 조직력 부재로 중하위권을 전전하며 추일승 감독 지도력 논란이 일어난 상황에서 나온 승부수였다.
오리온스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트레이드 이후 앤서니 리처드슨, 장재석, 김도수 등이 서서히 팀에 녹아들며 후반기 대약진한 오리온스는 5라운드 들어 한때 8연승을 질주하며 강력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페이스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고, 강팀들과의 맞대결에서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절감하며 6위로 마무리했다. 결국, 정규시즌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SK와 플레이오프 1라운드부터 재회하는 악연과 마주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오리온스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SK는 정규시즌부터 오심 공방과 재경기 논란, 8연승 당시 3차 연장 패배 등 고비마다 오리온스의 앞길을 막아왔다. 오리온스는 김동욱-한호빈이 연이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2차전에서는 15점차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쿼터 대역전패 하는 등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맥없이 용두사미로 시리즈를 접는 듯했지만, 오리온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3차전에서 삭발투혼을 불사른 장재석 활약을 앞세워 정규시즌부터 이어진 8연패 사슬을 끊고 값진 첫 승을 올렸다.
4차전에서도 오리온스는 마지막에 다시 힘을 냈다. 3쿼터까지 21점차까지 뒤지며 무기력하게 완패하는 듯했던 오리온스는 막판 앤서니 리처드슨과 최진수의 득점포가 살아나며 차근차근 점수차를 좁힌 끝에 종료 2분을 남기고 동점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높이 열세와 해결사 부재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막판 1분간 SK 커트니 심스에게만 리바운드 3개를 연달아 허용한 게 가장 아쉬웠다.
비록 시리즈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전력과 분위기, 모든 면에서의 열세를 딛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선보인 오리온스는 2013-14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오리온스가 다음시즌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경험과 토대를 구축한 시즌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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