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둔한 실축, 일본 ‘축구’에 소질 없나
12일 울산-가와사키전에서 어이 없는 실축으로 실점
근본적 약점 '체력 저하에 따른 집중력 결여' 드러나
골키퍼가 문전 앞에 있는 적군에게 공을 헌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두 팔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을 잡아서 아군에게 던져주면 된다. 그런데 일본 J리그 골키퍼들은 지혜롭지 않은 듯하다.
두 팔은 장식품일까. ‘아둔한 실축’의 연속이다. 매 시즌 반복된다. 적군을 앞에 두고 무리하게 발로 공을 다루다가 실점으로 이어지곤 한다. 12일 울산문수경기장서 열린 울산과 가와사키의 ‘2014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H조 2차전(2-0 울산 승)이 대표적 예다.
후반 추가시간 0-1로 뒤진 가와사키의 니시베 골키퍼가 급한 마음에 손 대신 다이렉트 롱킥을 시도했다. 그러나 공을 멀리 차려던 의도는 헝클어지고 말았다. 빗맞아 가와사키 문전 앞에 있던 울산 김선민에게 연결된 것. 김선민은 곧 김신욱에게 패스했고 김신욱이 니시베 골키퍼 옆구리를 관통하는 추가골을 넣었다.
작지만 큰 차이, '집중력 결여'가 부른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다.
니시베 골키퍼는 울산의 맹공을 잘 막았지만 추가시간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반면, 울산 김승규 골키퍼는 끝까지 완벽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울산의 2-0 완승을 뒷받침했다.
일본축구의 근본적인 약점도 여기에 있다. 후반에 급격한 체력저하로 인한 치명적인 ‘집중력 결여’가 눈에 띈다. 그래서 프로세계에서 보기 드문 황당한 실책이 J리그에선 빈번하다.
일본 축구팬들조차 최근 J리그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고 입을 모은다. 당연한 반응이다. 일본 J리그는 마치 도미노 블록과 같다. 한 곳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드러눕는 것은 시간문제다.
골키퍼를 비롯한 선수 개개인의 안이한 정신상태도 문제지만 틀에 박힌 전술도 문제다. 슛 기회에서 패스만 돌리다가 경기가 끝난다. 울산전에서도 가와사키 서포터는 목청껏 “골문으로 차! 겁쟁아~”라고 외쳤지만, 가와사키 팀은 고집불통 책임회피 패스에 집착했다.
규격화된 일본은 축구에서도 ‘보기 좋은 떡’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문제는 축구라는 스포츠가 보기 좋은 떡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진흙탕 몸싸움이 빈번하고 그 속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승리를 이끌 수 있다.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도 지난 2006년 ‘스포츠닛폰’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일본축구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히딩크는 “일본은 축구의 3대 기본요소인 '집중력·체력·개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패스’만으로 싸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일본축구의 내일은 없다. 한낱 모래성에 불과할 뿐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J리그 명문 가와사키마저 아시아에서 맥을 못 추자 ‘일본은 축구에 소질이 없다’는 의구심이 증폭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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