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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나간 LG, 리즈 시절 이어갈까


입력 2014.03.13 11:04 수정 2014.03.13 11:11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지난 시즌 영점 잡혀 '광속구'로 마운드 위압감 더해

확실한 에이스 바탕으로 LG 지난 시즌 '신바람 야구'

작년 LG는 1990년대 중반 '신바람 야구' 이후 최고의 리즈 시절을 보냈다. ⓒ LG트윈스

LG트윈스 마운드에서 가장 강력한 공을 보유한 레다메스 리즈(31)가 떠났다.

류제국과 더불어 2013시즌 LG 마운드를 사실상 이끈 '원투펀치' 리즈는 최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사실상 LG와 리즈의 3년 밀월은 끝났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매끄럽진 않았다. 둘 다 웃으며 헤어지는 해피엔딩도 아니었다.

2011년 벤자민 주키치와 함께 LG 유니폼을 입은 리즈는 3년 동안 꾸준했다. 3시즌 모두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통산 26승을 올렸다. 데뷔 초기엔 다소 불안한 제구력으로 기복이 심한 투구를 드러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거친 리즈가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년엔 영점이 잡히면서 일취월장한 투구를 선보였다.


'한국판 크룬' 리즈의 추억

리즈의 돋보이는 점은 160km/h를 넘나드는 광속구였다. 국내 타자들은 리즈의 빠른 공보다 더 빠른 공을 국내리그에서 접할 수 없었다. 리즈의 포심은 요미우리의 괴물 마무리 마크 크룬의 그것에 전혀 뒤지지 않은 스터프였다. 크룬의 한국판 버전이 리즈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속구만큼이나 리즈에 미련이 남는 데이터가 바로 '투구 이닝'이다. 리즈는 2013시즌 무려 202.2이닝이나 던졌다. 그러고도 승운은 따르지 않았다. 승보다 패가 더 많은 13패를 기록했다.

사실상 리즈는 잘 던지고도 불운했던 투수다. 등판하는 경기에서 타선은 폭발하지 않았다. 박빙의 접전이 중반까지 펼쳐지는 경기가 많았다. 2012시즌 초에는 팀 사정상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하고 선발로 복귀하는 등 팀에서는 없어선 안 될 마운드의 감초 같은 존재였다.

그런 리즈가 없다. 리즈의 무릎 부상으로 LG가 선수등록을 하지 않은 게 화근. 당장 미래가 불안한 리즈는 자신의 꿈이던 빅리그 재도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리즈에게 확실한 재계약 의사를 밝히지 않은 LG와 몸 관리에 실패한 리즈 모두 일정 부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LG는 현재 리즈보다 더 뛰어난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레이더망을 풀가동 중이다.

리즈 없는 LG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위압감이다. 상대 타자들이 리즈 없는 LG 선발 로테이션을 상대할 때 위압감에서 일단 해방된다. 배영섭의 헬맷을 강타한 무시무시한 공, 그리고 나지완, 최정 등 우타 거포들의 뺨에 울리던 ‘친 뮤직(Chin Music)’들이 올해는 들리지 않는다.


리즈 없는 LG의 숙제

LG 투수진의 평균 구속이 급락하면서 상대 타자들에게 주는 심적 압박의 강도가 느슨해졌다. 이로 인해 남은 에이스 류제국의 오른 어깨에 실리는 부담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리즈 이탈의 최대 피해자는 불펜이다. 리즈는 무려 팀내 최다인 202.2이닝이나 소화한 이닝이터다. 이젠 리즈가 먹지 못한 이닝을 이동현과 류택현 등 필승조가 부담해야 한다. 리즈의 이탈은 LG와 4강 싸움을 펼쳤던 라이벌 구단엔 쾌재나 다름 아니다.

리즈의 강속구와 이닝 이팅은 일단 다른 외국인 투수 코리 리오단이 해결해야 한다. 리오단은 리즈만큼 빠른 공은 없지만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다. 리오단이 시즌 초 리즈의 공백을 메워내야 한다. 조만간 리즈 대신 영입될 대체 외국인 투수 역시 리즈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게다가 LG 팀 전력에서 3루 수비의 가중치가 높아졌다. 리즈의 빠른 공에 3루수 쪽으로 갈 타구보다는 우익수 쪽으로 가는 타구가 많았지만, 이제는 3루 핫코너의 수비력이 더 중요해졌다. 다행스럽게도 김기태 감독은 주전 3루수로 낙점한 조쉬 벨 수비에 만족하고 있다. 리즈 없는 LG에서 핫코너 3루 수비의 비중은 작년보다 커질 전망이다.


리즈 없는 LG, 리즈 시절 이어질까

작년 LG는 1990년대 중반 '신바람 야구' 이후 최고의 리즈 시절을 보냈다(리즈 시절이라는 뜻은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007시즌에 뛰던 앨런 스미스가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 뛰어난 기량을 떠올리면서 나온 속어). 작년 LG는 1990년대 신바람 야구에 못지않은 정규시즌을 보였다. 꿈에 그리던 가을야구를 경험했고 유광점퍼도 입어봤다.

기교파 좌완 주키치와 우완 파이어볼러 리즈의 조합은 절묘했다. 주키치의 부진을 홀로 감당했던 리즈도 없다. 검증된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떠나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 게 2014시즌 LG의 최대 과제다. 과연 리즈 떠난 LG의 리즈 시절이 올해도 지속될 수 있을까. 관건은 리오단과 함께 새롭게 가세할 외국인 투수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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