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행장이 사라졌다 '뼛속까지 내부 출신'
저성장 국면, 노조관계·비용절감·비용통제 등 내부 이슈 많아
"내부출신 은행장" "정통 00은행맨"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은행권 수장들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교체된 수장들의 공통점은 모두 '내부출신 인사'라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 여성 최초로 은행장자리에 오른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시작으로 김주하 농협은행장,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김한조 하나캐피탈 사장, 하나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연임, 마지막으로 한국은행 차기 총재에 내정된 이주열 전 한은 부총재까지 은행권에서는 이미 '낙하산 인사, '모피아', '외부출신'이라는 단어는 '쏙' 들어간 상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에서 '모피아' 출신 은행장은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이원태 수협은행장 정도다. 윤용로 행장이 3월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모피아 출신의 은행장은 더욱 보기 힘들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은행 외부 출신의 CEO도 찾아보기 힘들다. 은행 외부 출신의 인사가 은행장으로 있는 곳은 국민은행과 전북은행 정도다.
최근 새롭게 취임하거나 선임된 은행장들은 모두 자신이 처음 입행한 곳에서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일생을 보낸 인사들이다.
권선주 은행장은 1978년에 기업은행에 입행해 은행과 일생을 함께 했고 김주하 은행장 역시 1981년 농협중앙회 밑바닥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 내정자도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32년 동안 '외환맨'으로 살아왔다.
이번에 연임하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첫 직장은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서 시작해 20년 넘게 하나맨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은행 차기총재로 선임된 이주열 내정자 역시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35년 간을 '한은맨'으로 살았다. 그는 2012년 4월 퇴임사에서 "한국은행은 제 인생의 전부"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 서진원 신한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성세환 부산은행장, 하춘수 대구은행장 모두 내부출신의 인사다.
내부출신의 은행장들이 발탁됨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은행원들의 사기진작·자부심 고취 차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부 출신의 인사가 은행장으로 발탁되면 '관치금융'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돼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출신이 은행장이 되면 합리적 의사결정은 물론 일반 은행원들 입장에서도 '나도 은행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면서 "낙하산이 오면 단기적 수익에만 집착할 뿐,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을 세우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낙하산', '모피아'가 은행장이 되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라면서 "하지만 내부출신이라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내부출신의 인사가 은행장으로 선임되는 트랜드에 대해 최근 저성장·저금리의 시장 환경을 꼽는다. 수익이 악화된 상황이지만 수익을 개선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내부 상황을 잘 파악해 비용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인사를 은행장으로 발탁한다는 것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저성장 국면에서는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 비용절감, 비용통제 등 내부적인 이슈가 많다"면서 "때문에 최근 내부출신의 은행장들이 발탁되는 경향이 커진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부출신의 경우 외부 네트워크가 많아 수익성 창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은 있겠지만 최근 은행권은 수익을 끌어내기 보다는 비용 관리가 관건"이라면서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유지, 비용통제 등은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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