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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영리병원 반대'라 쓰고 '밥그릇 지키기'로 읽다


입력 2014.03.04 11:13 수정 2014.05.20 09:41        박주희 객원기자

<박주희의 진실한 쿡!>의료민영화 괴담 속내는 의료수가 올리기

의료제도 수술과 의료계 집단이기주의 병부터 치료해야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등 의료선진화 방안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0일부터 집단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연합뉴스

정부 의료개혁에 대한 의사들의 반감이 기어이 집단휴진으로 치닫는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00년 의료대란 이후 14년 만의 진료거부 집단행동이다. 청진기 대신 피켓을 들고 병원이 아닌 거리에서, 정부를 향해 으름장을 놓을 모양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어떤 파업 명분을 내세운들, 환자를 내팽개쳤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

의협 비상대책위는 ‘의료 대재앙’이란 과격한 용어까지 들먹이고, 지도부 구속 시나리오까지 가정하고 있다. 아마도 ‘벼랑 끝 파업’을 계획하는 듯하다. 국민을 인질삼아 정부를 겁박, 논의되는 의료산업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다.

정부가 대화와 협상 창구를 닫은 것도 아니다. 지난 1월 11일 의협의 총파업 출정식 이후,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다섯 차례 회의를 가졌다. 지난달 18일엔 ‘원격진료는 국회 입법과정에서 재논의하고 의료법인 자회사는 부작용이 없도록 의협의 의견을 적극 수렵한다’는 내용의 합의문도 발표했다.

약속을 저버린 쪽은 의협이었다. 협의회 합의문 발표 하루 전날에도 의협은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의 7가지 거짓말’이라는 광고를 일간지에 내는 ‘야누스적 행태’를 보였다.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밀어넣으려는 꼼수이자, 총파업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협박이다. 열흘 남짓 지난 지금, 그 속셈은 집단휴진 선언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의협이 논란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끌고가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의료정치’를 계획하는 듯하다. ‘원격진료’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등 정부정책을 6.4 지방선거까지 계속 흔들어, 선거판에서 쟁점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표를 뒷거래로 의협의 손을 잡아줄 ‘구원 정당’을 찾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난 1월만 해도 정부를 향해 ‘의료공공성 포기’라며 의협의 주장과 맥을 함께하던 민주당도 이번 총파업 선언엔 고개를 저었다. 의협에 동조하는 세력이라곤 겨우 진보정의당과 몇몇 좌파언론 뿐이다. 맞장구치는 이유도 민영화 괴담 내용을 옮기는 수준이다보니, 여론을 의협쪽으로 돌리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의협과 좌파단체, 야당의 주장대로 정부 의료개혁이 과연 의료민영화인가.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있고 병원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한국 시스템에선 사실 미국식 의료비 폭등도 의료민영화도 불가능 하다. 더군다나 의협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사의 진료권 제한이라며 헌법소원까지 냈던 기억마저 잊었나보다. 의료민영화 반대를 투쟁 명분으로 주장하는 그들의 민낯이 참으로 두껍다.

의료법인 자회사도 영리병원과는 거리가 멀다.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의료관광을 위한 여행업-외국인환자유치업 등을 하도록 허용하자는 취지다. 또한, 장례식장-환자숙박시설 같은 부대사업을 벌여 지방병원들의 경영난도 타개하려는 시도이다. 이에 의협이 ‘몽니부리기’로 버티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의료관광과 고용창출, 내수 활성화, 지방병원 회생이 집단이기주의에 막힌 셈이다. 산업시장의 벽이 허물어지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 한국 의료계만 높은 철벽을 쌓고 국내 의료칸막이를 촘촘히 세우고 있다.

또 20년째 시범사업에 묶여있는 원격진료는 어떠한가. 한국처럼 수준급 의료기술과 세계최고 정보통신기술을 갖춘 나라가 여전히 원격진료 시장을 배척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의료사각지대 해소와 환자 진료효율화를 가져올 원격진료는 수요자가 기다리던 의료서비스다.
특히 고령인구가 늘면서 의료비 지출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는 요즘 원격진료가 의료비절감에 효자노릇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의협의 의료개혁 반대는 이미 명분을 잃었다. 의협의 본심은 따로 있다. 바로 의료 수가 인상이다. 실제로 총파업을 주도한 그룹이 동네의원들과 3,40대 젊은 의사들이라고 한다. 지난달 의료발전협의체에서 의협이 보건복지부에 요구한 항목의 상당수도 의료수가 개선 사항이었다.

의료수가 현실화에 반대입장도 있으나 공감하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가능하니 비난여론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의협이 본심을 숨긴 채 원격진료나 의료민영화와 같은 엉뚱한 소재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의료계 경영난이 문제라면 거꾸로, 의료산업에 자본투자를 허용하고 합리적 수준의 의료수가를 당당히 받는 ‘투자개방형병원’을 확대하고 ‘의료시장을 개방’ 하는 것이 정답 아닌가.

의료계의 양극화 현상, 낮은 수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 등 의료계 내부의 고충도 물론 있을터다. 하지만 감정적 저항으로 맞선다면 결국 피해보는 쪽은 국민-환자뿐이다. 어떤 명분도 국민의 건강, 환자의 생명보다 위중하지 않다. 지금처럼 의료계가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스스로의 신뢰만 추락시킨다.

지난 수 개월간 의협과 정부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불법 진료거부 움직임엔 정부가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 정부의 뒷걸음질은 의료계의 ‘파업 습관’과 ‘집단 떼 부림’을 불러올 것이다. 정부와의 합의서를 뒤돌아서서 폐기하고, 정치적 술수에 기대려 하고, 진실을 숨기고 여론을 오도해 온 의협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

그런 의협의 수장인 노환규 회장은 ‘병든 제도’를 고치기 위해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고 한다. 기막힌 ‘궤변’이자 ‘투사 착각’ 증세이다. ‘병든 의료계 집단이기주의’ 치료와 시대에 뒤떨어진 ‘의료제도 수술’이 의료계의 시급한 과제이지 않을까. 의료계 불치병부터 이참에 제대로 진단하자.

글/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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