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어센시오 퍼펙트 ‘체인지업 RE체인지업’
일본팀들과 연습 2경기 퍼펙트..고속 체인지업 기대 충족
체인지업에 또 스피드 줄인 다른 체인지업 위력 눈길
KIA의 2014시즌 마무리 후보 하이로 어센시오(30) 구위가 심상찮다.
드디어 베일을 벗기 시작한 어센시오 구위에 KIA 선동열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선 감독의 야구는 소위 ‘지키는 야구’다. 지키는 야구의 핵은 마무리로부터 나온다. 최소 득점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는 전략, 그것이 선 감독의 야구 지론이다. 결국, 선 감독 야구의 중심엔 최소 실점을 세이브 할 마무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삼성 시절에는 오승환(한신)의 건재로 그 야구가 가능했지만 KIA에서는 마무리 발굴에 실패하면서 그런 야구를 하지 못했다.
외국인 3명 보유 2명 출전 시스템 하에서 외국인 마무리 선택은 모험이다.
선발2 타자1의 경우, 타자1을 활용할 수 있지만 선발1 마무리1 타자1이라면 외국인 선발 등판 시 타자1을 활용할 수 없다. 타자1을 활용한다면 마무리가 등판할 수 없는 확실히 지는 경기만 쓸 수 있다. 선 감독은 전력 극대화를 포기하더라도 외국인 마무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Sun의 실패 '마무리 부재'
KIA의 마무리 실험은 한기주로부터 앤서니 르루까지 실패의 연속이었다. 선발로 보직 변경한 윤석민(볼티모어)까지 마무리 복귀를 고민해야 했을 정도로 고민의 폭과 깊이는 컸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바로 외국인 전문 마무리 투수 영입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어센시오다.
어센시오는 그야말로 마무리에 특화된 투수로 볼 수 있다. 다양한 구질이 아닌 투피치 스타일의 파워 피처다. 직구와 체인지업 이 두 구질만 앞세워도 충분히 국내 리그에서 마무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어센시오는 작년 트리플A에서 5승 28세이브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 마무리에 최적화된 투수임을 입증한 바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와 동양 야구는 다르다. 트리플A의 타자들은 적극적이고 공격적 성향인데 반해 한국과 일본 타자들은 선구안이 빼어나고 컨택이 뛰어나다. 즉, 유인구의 정교함과 제구력이 떨어지면 동양야구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래서 오키나와에서 베일을 벗은 어센세오의 투구가 중요했다.
어센시오 '2경기 퍼펙트'
어센시오는 두 차례 실전 투구를 했다. 지난 16일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연습경기에서 4-0 앞선 9회초 베일을 벗었다. 첫 등판에서 어센시오는 최고 구속 149km/h의 직구 6개로 세 타자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정교한 야쿠르트 타자들과의 힘 대 힘 싸움에서 이겼다.
첫 등판은 어센시오가 직구 힘 하나로도 충분히 1이닝을 막아낼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반면 4-0 리드 중 등판이라 세이브 기회가 아니었다.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어센시오가 과연 자신의 투구를 지속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이틀 뒤 바로 해소됐다. 18일 오키나와 긴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어센시오가 두 번째 등판을 했다. 바로 1점차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의 등판이라 어센시오의 투구 내용에 상당한 관심이 집중됐다.
9회까지 4-3으로 KIA가 한 점 차 리드한 상황. 라쿠텐은 작년 재팬시리즈에서 요미우리를 꺾고 우승한 디펜딩 챔프다. 어센시오는 강팀 라쿠텐 타자 셋을 내야 땅볼과 탈삼진 2개로 깔끔히 막아냈다. 두 경기 연속 퍼펙트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자신의 주무기 체인지업도 선보였다. 구속은 138km/h까지 나왔다.
체인지업 'RE체인지업'하는 어센시오
2경기 2이닝 2탈삼진 무안타 무실점. KIA가 애타게 찾던 특급 마무리의 숙원이 해결되는 것일까. 일단 고무적이다. 어센시오가 직구 하나로도 충분히 이닝을 마무리할 구위를 지녔다는 점과 연속 탈삼진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게다가 주무기인 고속 체인지업의 구위가 예상대로 빼어나다는 평가. 어센시오의 체인지업은 좋을 때 140km/h까지 나온다. 웬만한 투수의 직구 구속이다.
그런데 체인지업을 또 체인지업한다는 것이 어센시오의 장점이다. 140km/h에 육박하는 빠른 체인지업과 약간 속도를 가감한 130km/h 초반의 두 가지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국내 타자들에게 통하느냐가 어센시오는 물론 KIA의 시즌 성패와 직결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경기 결과는 일단 합격점이다. 훈련 태도도 성실하고 국내 야구에 적응하기 위한 자세도 진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점검할 부분은 출루 시 견제 능력과 빠른 슬라이드 스텝의 보유 여부다. 직구의 볼끝과 탄착점이 높게 형성된다는 점 역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선 감독 야구의 핵인 강력한 마무리, KIA의 오래된 마무리 갈증을 해소할 '히어로' 어센시오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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