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사퇴’ 공든 탑 KGC 미래는?
성적 부진 책임, 황금세대 탄생 주역 퇴장 아쉬움
김태술·양희종 FA-오세근 입대, 미래도 불투명
안양 KGC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상범 감독은 지난 21일 창원 LG전 이후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자진사퇴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경질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가장 큰 사퇴 사유는 역시 성적부진이다. 올 시즌 최소 4강 이상의 전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KGC는 주축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 속에 17승 32패로 공동 8위에 그쳐 6강 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의 사퇴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상범 감독은 농구인생의 대부분을 KGC와 함께한 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역사다. 전신 안양 SBS 창단 멤버로 실업시절부터 함께했고 프로 원년에는 첫 득점-3점슛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선수-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두루 역임하며 팀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명실상부한 'KGC맨'이다.
최근 3년간은 유례없는 파격적인 리빌딩을 거치며 황금세대를 탄생시켰고, 2012년에는 마침내 KGC에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안기며 지도자로서도 성공가도를 걸었다. 현재 KGC엔 이상범 감독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덕장의 면모를 갖춰 선수단 내에서도 신망이 높았다.
이상범 감독과 KGC의 끈끈한 인연에 먹구름을 드리운 것은 사실 지난 시즌부터다. 첫 우승 이후 2012-13시즌을 앞두고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센터 오세근이 고질적인 발목부상으로 개막 전부터 시즌 아웃되는 치명타를 입었다.
이후 KGC는 올 시즌까지 2년간 거듭되는 부상악령으로 몸살을 앓았다. 김태술, 양희종, 김일두, 정휘량, 이원대 등 주축 선수들 대다수가 번갈아가며 부상에 시달렸고 이는 KGC가 전력에 비해 좀처럼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이었다.
2년간 이상범 감독이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해 자리를 자주 비운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2012년에는 우승팀 감독자격으로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임명해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을 지휘해야했고, 지난해에는 유재학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 자격으로 아시아선수권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로 인해 비시즌 기간 팀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고,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한다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불참해야 하는 희생으로 이어졌다. 우려한대로 시즌 개막과 함께 여러 가지 불안요소들이 봇물 터지듯 불거지며 우승후보라던 KGC는 하위권으로 침몰했다.
이상범 감독의 정규리그 통산성적은 144승 174패(승률 0.453), 하지만 리빌딩 기간(2009~2011)이었던 2시즌을 제외하면 112승 98패(승률 0.533)로 준수하다. 더구나 2011-12시즌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창단 최고성적을 올렸고, 2012-13시즌에도 4강에 올랐다.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어도 아직 1년의 계약기간이 더 남아있었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팀에 헌신한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이라는 예우를 감안하면 좀 더 기다릴 필요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팀 전력의 양대 축인 김태술과 양희종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투자에 인색하던 KGC 전례를 감안할 때 이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부상으로 2년간 고생한 오세근도 상무입대를 앞두고 있다. 자칫 이상범 감독이 수년간 공들여온 리빌딩이 올 시즌을 끝으로 모두 물거품이 돼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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