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차장이 뜬다" 그의 한마디에 금융수장 목숨이...
구속 기소된 KCB 직원 국조 청문회 증인 출석
카드사·금융당국 주장 엇갈릴지 이목 집중
야당 거세게 고객정보 추가 유출 여부 추궁할 듯
"박 차장 말 한마디에 카드사 최고경영자는 물론 금융당국 수장의 모가지가 달여 있다"
최근 1억400만건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핵심 인물로 알려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모 차장이 오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다.
지금까지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건 사실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모두 압수돼 추가 유통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박 차장이 청문회에서 추가 유통이 있었다고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관련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카드는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받고 있다.
당시 검찰은 기자에게 언론 보도 시 "유출된 개인정보는 압수돼 확산이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강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되자 금융당국과 검찰은 여러 차례 추가 유통은 없었다고 알리면서 '2차 피해'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박 차장 진술에만 의존한 '주장'에 불과하다. 누구도 쉽사리 추가 유통이 없었다는 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선 카드사 고객정보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고객정보는 이번 정보 유출과 무관한 자료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고객정보를 빼돌린 박 차장만 진실을 알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유출 시점도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로그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검찰 수사에만 의존해 정보 유출을 추정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박 차장이 청문회에서 기존 진술을 뒤집어 유통이 있었다고 말하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박 차장이 카드 3사 로그기록을 모두 지운 것 같다"면서 "사람 진술이 아닌 기술적으로 어떻게 했느냐를 밝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시인했다.
현재 카드 3사 모두 정확한 정보 유출 시점은 커녕 어떻게 고객정보가 유출됐는지 추정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모두 검찰 공소장 하나만 믿고 '가상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KCB와 카드사, 보안전문가는 박 차장의 정보 유출 방법을 두고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내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7일 국정조사 현장검사에서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박 차장이 보안프로그램인 DRM을 뚫은 것이냐"고 묻자, KCB는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롯데카드는 "취약점을 이용해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카드사는 박 차장이 해커 수준에 뛰어난 실력자로 고객정보를 유출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안전문가는 누구라도 관리자 권한만 있으며 로그기록을 남기지 않고 정보를 빼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박 차장 말에 따라 KCB와 카드사 책임 소재도 엇갈릴 전망이다.
고객 식별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 박 차장에게 준 것을 두고 KCB는 "자신들은 암호화되지 않은 '원 데이터(raw data)'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카드사는 "박 차장이 요구해 줄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했다.
만약 KCB가 원 데이터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카드사가 편의를 위해 제공했다면 카드사 잘못이 더 크다. 하지만 박 차장이 강력하게 원 데이터를 요구했다면 KCB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번 카드 사태는 어떤 증거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진술에 의존한 '추측'만 난무하다. 여기에 이번 사태 책임을 두고 진술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청문회에서 박 차장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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