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랭킹 61위’ 홍명보호…월드컵 성적이 진짜다
홍명보호 출범 후 국제대회마다 성적 부진
랭킹 하락에 금간 자존심, 본선에서 명예회복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60위 밖으로 밀려났다.
13일(한국시각) FIFA가 발표한 2014년 2월 랭킹에서 한국은 총점 556점을 기록, 지난달보다 무려 8계단이 하락한 6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역대 FIFA 랭킹 최저 순위는 1996년 2월 기록한 62위. 불과 한 계단 차이다. 현대적인 랭킹 산정 방식이 도입된 2006년 이후만 놓고 보면 가장 나쁜 기록이다.
아시아에서도 고작 6번 째에 불과하다. 이란이 38위로 아시아 1위를 차지했고 일본(50위), 호주(53위), 우즈베키스탄(57위), 아랍에미리트(58위)에도 뒤졌다. '아시아의 맹주'라는 자부심에 굴욕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최근 몇 년간 FIFA 랭킹이 지속적인 하락세다. 역시 A매치에서의 거듭된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FIFA 랭킹에서 20~30위권 정도를 오르내렸다.
그러나 2012년 10월 25위로 마지막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3년 3월에 40위권(47위), 8월에는 50위권(56위)으로 떨어졌고, 결국 새해 들어 마의 60위권까지 추락하며 1년 4개월 사이에 순위가 36계단이나 내려앉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2013년 7월 출범한 홍명보호는 13경기에서 4승3무6패에 그치며 FIFA 랭킹의 하락을 가속화했다. 지난 1월에 열린 세 차례 A매치에서는 코스타리카에만 1-0으로 승리했을 뿐 멕시코에 0-4, 미국에 0-2로 각각 패했다.
1993년부터 도입된 FIFA 랭킹은 해당 국가의 4년간 A매치 성적 합산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종목과 달리 공식적인 통계가 부족한 축구계에서 국가별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척도가 FIFA 랭킹이다. 요즘은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서 월드컵 본선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시드 배정에 활용되고 친선경기 상대를 찾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객관적인 통계에도 FIFA 랭킹이 실제 국가들의 축구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단점은 대표팀간 A매치만으로 순위를 매기다보니 각국 프로리그의 경쟁력이나 축구환경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A매치로 범위를 국한시켜도 특정 팀 간 상성 관계나 1·2군의 전력 차, 홈-원정, 골득실 등이 반영되지 못하는 것을 두고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2014년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은 2월 FIFA 랭킹에서 10위에 그쳤다. 월드컵 최다우승국이자 올해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이지만 FIFA 랭킹으로 따졌을 때 콜롬비아(4위), 스위스(8위)보다 순위가 뒤진다.
4년간의 성적을 두루 반영하는 FIFA 랭킹에서 개최국자격으로 지역예선을 거치지 않았던 게 손해를 본 이유다. 그러나 브라질이 정말로 스위스나 콜롬비아보다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국만 해도 지난해 11월 A매치 평가전에서 월드컵 톱시드 국가인 스위스를 격파하기도 했다.
FIFA 랭킹을 올리는 방법은 결국 A매치에서 꾸준히 많이 이기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어차피 중요한 것은 국제대회(월드컵-아시안컵)에서의 성적이지, FIFA 랭킹 그 자체는 아니다. FIFA 랭킹을 의식해 평가전마다 한 경기에 지나치게 연연한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표팀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대표팀은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부터 유럽파 선수들이 합류하는 최정예 멤버가 나선다. 그동안 선수점검과 실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부터는 베스트멤버 위주로 대표팀의 경쟁력이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르는 셈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한국보다 FIFA 랭킹이 높은 강호들을 잇달아 상대해야 한다. 홍명보호가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배신하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서 '랭킹이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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