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농구스타들 '허세' 좀 부리는들 어떠한가


입력 2014.02.17 10:50 수정 2014.02.17 10:5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판에 박힌 멘트보다 패기와 재치 넘치는 소감 '호응'

'근자감' '허세' 아닌 자신감 충전하며 스스로 '활력'

김종규는 데뷔 이후 기대에 부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루키 김종규(23·창원LG)는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당당히 1순위 지명된 후 "KBL, 제가 뒤집어 보겠습니다. 느낌 아니까"라는 재치 있는 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프로무대에 아직 발가락도 담그기 전이던 어린 선수의 패기 넘치는 발언은 곧장 역대 신인드래프트 사상 최대의 '허세' 어록으로 등극했다. 말만 들으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사실 김종규의 멘트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당시 김종규는 미리 준비한 ‘설정’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패기 넘치는 대사와 달리 정작 김종규의 표정은 신인드래프트가 주는 긴장감에 바짝 얼어버린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 시선처리가 안 되어 방황하는 동공으로 팬들에게 진지한 허세라기보다는 귀여운 웃음을 안겼다.

김종규는 데뷔 이후 기대에 부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던 LG는 김종규 가세 이후 우승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개인기록이나 꾸준함에서 보면 아직 KBL을 뒤집어보겠다던 호언장담에는 조금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김종규가 데뷔 초 기대에 못 미칠 때마다 신인드래프트 때의 소감을 거론하며 '언제쯤 KBL 뒤집을 거냐'고 짓궂게 놀리는 이들도 있다. 김종규가 속으로 당시의 멘트를 약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허세와 자신감은 종이 한 장차이다. 겸손만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지나친 자신감의 표현을 건방지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매순간 수많은 관중과 언론 앞에서 실력을 검증받아야하는 프로선수로서 그 정도 패기도 없다면 오히려 배짱이 부족한 것이다.

KBL에서 자타공인 '허세 어록'의 선두주자는 단연 전태풍이다. 데뷔 때부터 솔직하고 거침없는 감정표현으로 화제가 됐다. 본인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편에 대한 저격 멘트도 거침이 없었다.

일례로 라이벌로 꼽히는 양동근(모비스)과의 대결을 앞두고 "양동근이 무슨 수를 써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도발한 경우가 있다. 지난해 8월 프로아마 최강전을 앞두고 대학팀과 맞붙게 되자 공식 기자회견에서 "(상대팀)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겠다""대학생들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고 ‘디스’한 적도 있다.

심지어 지금은 한 팀이 된 KT 전창진 감독과 상대팀으로 맞붙던 시절,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전창진) KT 감독에게 우리가 강팀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면전에서 도발하기도. 선후배 문화가 강한 한국농구계에서 아무리 상대팀이라도 선수가 감독을 노리고 도발하는 것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전태풍의 발언이 설화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악의 없이 웃으며 던지는 조크에 가까웠고, 솔직담백한 전태풍의 성격이 자만심이 아니라 당당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을 듣는 이들도 대부분 공감하고 웃어넘겼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식 선후배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귀화혼혈 출신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 팬들도 미디어도 그런 전태풍을 인터뷰 1순위에 올릴 만큼 선호한다.

언제까지 선수들이 공식석상에서는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같은 식의 판에 박히고 뻔한 멘트만 해야 할까.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재미없다. 프로라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연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구나 김종규같은 선수들은 지금보다 미래에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허세를 부려도 된다. 김종규 허세에 아직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 그 멘트 괜히 했어"라고 후회할 게 아니라 “언제까지라고는 안 했잖아요? 은퇴하기 전까지는 뒤집어볼게요께요”로 응수하는 패기가 더 필요하다.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준목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