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남북 고위급 회담, 북의 생떼로 또 빈손
14시간 회의에 북측 "한미군사훈련 중단"만 주장 합의없이 끝나
남북이 7년 만에 연 고위급 접촉이 장장 14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결국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구체적인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북한은 이날 접촉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이산가족상봉 이후로 연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접촉이 종결된 이후인 13일 오전 0시50분경 “오늘 접촉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에 대해 북측에 충분하고 분명하게 설명하였다”며 “특히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차질 없는 개최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임을 강조하면서, 남북간 합의사항인 이산가족 상봉 이행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쌓아나갈 것을 제안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 측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앞서 ‘중대제한’과 ‘공개서한’등에서 주장한 △상호 비방중상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을 우리 측이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군사훈련을 연계시키며 오는 24일부 예정된 한미군사훈련 연습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로 연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며 “또한, 북측은 소위 자신들의 ‘최고존엄’, ‘체제’에 관한 우리 국내 언론보도 내용을 트집 잡으며, 우리 정부가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군사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적 사안을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시종 견지하였다”며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하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남북은 오늘 논의된 사안들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이날 남북간 마라톤 회담은 추후 회담을 기약하지 못한 채 종결되고 말았다.
앞서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 우리 측 판문점인 평화의 집에서 10시5분∼11시23분 오전 전체회의를 열었고, 오후 2시5분부터 2시간 동안 오후 전체회의를 진행한 뒤 정회에 들어갔다.
우리 측에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규현 1차장을 수석대표로, 청와대·통일부·국방부 관계자 등 5명이 참여했으며, 북측에서는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을 단장으로, 국방위·통전부 관계자 등 5명이 회담에 나섰다.
총 3시간20여분 동안의 전체회의를 통해 '탐색전'을 마친 남북은 이후 약 3시간가량 정회하며 숨을 고르다가 오후 7시15분부터는 약 20∼30분 동안의 수석대표 접촉을 두 차례 연달아 가지며 본격적으로 쟁점 협의에 나선 뒤 오후 11시35분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날 접촉에서 양측은 사전에 의제를 정하지 않고 시작한 만큼 수석대표간 대화를 갖기 전 오후 늦게까지 두 차례 전체회의를 계속하면서 양측이 서로 관심사를 제기하고 설명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묻는 양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 당국자는 “상호 관심사에 대해 남북이 다르기 때문에 얘기를 하고 있다”며 “특별한 쟁점 없이 상호 관심사에 대해 경청했다고 보면 된다. 타결하거나 그런 것보다도 상호 관심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분위기”라고 밝혀 남북 간 관심의제의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당초 이날 협의가 양측이 서로 의제에 대한 입장을 교류하는 선에서 특별한 합의 없이 빨리 마무리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자정을 넘는 시간까지 길어지자 공동 보도문과 같은 합의문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은 이번 접촉에서 한미군사훈련 중단, 언론 통제 등 기존의 자신들의 주장만을 되풀이 한 채 회담을 마무리 짓고 13일 0시10분쯤 협상장에서 철수해 되돌아갔다.
결국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13일 방한 직전에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해 이산가족상봉을 빌미로 한미 군사훈련 철회만 요구한 북한이 향후 도발 공세로 태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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