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눈폭탄 강원 영동, 송강호 튀어나올 지경
'설국열차' 재난 수준, 붕괴와 눈사태 속 '토끼길'로 겨우 통행
닷새째 눈 폭탄이 쏟아진 강원 영동지방은 마치 ‘설국열차’를 보는 듯 했다. 1m가 넘는 눈 폭탄은 겨울의 설경이 아닌 재앙으로 찾아왔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강원 동해안 영동지방에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1m에 달하는 눈 폭탄이 쏟아져 곳곳에서 눈과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월요일 출근길 밖을 나온 시민들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길조차 찾을 수 없자 한숨부터 내쉰다. 이어 아예 운행을 포기하고 걸어서 출근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미 어른 허리만큼 쌓인 눈은 삽으로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다. 수령 100년이 넘은 노송은 쌓인 눈을 견디지 못하고 가지가 부러졌다.
제설차량 조차 진입하지 못하는 주택가 골목길에는 사람만이라도 다닐 수 있도록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토끼 길’ 통행로가 만들어졌다.
토끼 길을 겨우 뚫고 나와 도심으로 나와도 사정은 매한가지.
곳곳에 눈사태까지 발생하고 있어 사태는 점입가경이다. 미시령 상행성 터널 전방 300m 지점의 도로변 경사면에서는 3톤 정도 눈이 쏟아져 내렸다.
현재 미시령 도로변에는 운행을 포기하거나 눈 속에 파묻혀 꺼내지 못한 차들이 즐비한 상태다. 그야말로 도로 위는 고립된 시민들이 경황망조하고 있다.
강릉 왕산 등 산간 마을에는 버스가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마을과 도심의 일부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그야 말로 이번 눈 폭탄은 도시의 기능을 멈추고 시민들을 고립시킨 암흑과 같았다.
특히 노인 비중이 높은 마을의 경우는 주민들이 집 주변 눈을 치우는데 한계가 있어 고립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번 눈 폭탄으로 강원도 속초 양양 강을 삼청 지역 41개교가 임시 휴업에 들어가며, 농가 시설물 붕괴·도로 통제·교통사고·낙상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총 10개 학교는 개학식과 졸업식을 연기했다.
또 이번 폭설로 비닐 하우스 등 강원지역 농업시설물 피해는 5개 시·군의 92개 농가에서 피해가 발생, 하우스 등 농업 시설물 164동 등이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눈은 10일 밤까지 10~30cm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적설량은 진부령, 진부령 109, 강릉 100.5, 삼척 77, 동해 72, 속초 69.5, 대관령 65,평창 10cm 등을 기록했다.
더불어 강릉·동해·태백·삼척·고성·양양과 평창·정선·홍천·인제 산간 등 강원 11개 시·군과 영양·봉화·울진·경주 등 경북 5개 시·군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경북 영덕과 포항·울산에도 대설 주의보가 발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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