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무죄로 또 특검 타령 민주당 '독 될텐데...'
설 민심 '정쟁보다 민생' 1년이상 끌어온 국정원 정국에 피로감만 가득
수면 아래 잠자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1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다시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박근혜정부에 분노한다”며 한층 강력해진 목소리로 특검 수용을 촉구한 반면 새누리당은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특검수용 불가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김 전 청장의 판결이 곧 다가올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은 물론 6·4 지방선거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여야는 각각의 주판알을 튕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새누리당 “온 나라를 정쟁으로 몰아넣은 민주당의 생떼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우선 김 전 청장의 무죄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검을 주장하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그동안 정치공세를 펴온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다시 특검이 정치 쟁점화 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 전 청장 무죄판결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을 침소봉대하며 1년 내내 대선 불복에 매달려 도 넘은 정치 공세만 일삼은 야당에 일침을 가했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의 특검 수용 주장에 대해 “야당은 이번 판결에 대해 정치공세와 소모적 정쟁에 불을 지피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들은 온 나라를 정쟁으로 몰아넣은 민주당의 생떼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입장표명,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주당은 지금까지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하는데 또 특검을 하자고 한다”며 “지금은 특검을 말할 때가 아니라 특별한 반성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당 전략기획본부장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PBC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나라가 삼권분립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검찰 수사에서 기소했는데 법원이 무죄판결했다면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이라면서 “이를 뒤집으려고 한다는 것은 삼권분립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그 제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특검을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하고 있는데) 이미 수사를 해서 재판까지 이렇게 1심 재판까지 완료된 사건에 대해서 다시 특검을 도입한 예는 없다”면서 “법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민주당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정권의 노골적인 수사로 진실과 국민이 모욕당했다. 특검만이 해법”
민주당은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맞불을 놨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정부의 실정비판을 부각하고 ‘정권심판론’을 강화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국회에서 연이어 열린 당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는 김 전 청장의 무죄 판결에 대한 성토의 장을 방불케 했다.
김한길 대표는 “어제 재판결과를 보면서 진실과 국민이 모욕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권차원의 노골적인 수사방해가 진실을 모욕했다”며 “법 상식에 기초해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재판 결과다. 대한민국의 오늘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성토했다.
김 대표는 이어 “특검이 왜 필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면서 “검찰 특별수사팀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특검을 통한 재수사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특검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공소 유지조차 하지 못하는 검찰도 부실수사가 초래한 재판 결과를 핑계로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일랑 접어야 한다”며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은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즉각 수용하는 것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박혜자 최고위원은 “황당해서 억장이 무너진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알고 있는가. 국민들은 그 사자성어를 '용판무죄'라고 한다”며 “'용판무죄'와 인과관계가 있는 사자성어는 특검도입”이라고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진선미 의원도 “정권과 권력이라는 것이 수사 방해공작을 통해 재판결과를 어떻게 좌우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역설적으로 이 사건 대해서만큼은 특검의 필요성이 더 강조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마친 직후 가진 장외 규탄대회에서도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위해 불퇴전의 각오로 투쟁할 것”이라며 △특검수용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해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대선개입 대국민 사과 등을 촉구했다.
“실현 가능성 없는 특검으로 민심 잡을 수 없다. 지금은 경제에 집중할 때”
이처럼 정치권에 다시 ‘특검 논란’이 불 붙었지만, 과연 특검이 정말 이뤄질까하는 물음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입장이 가장 애매한 상황이다. 무죄 판결 이후 강경론으로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지속된 특검 논란을 두고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내에서 또다시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자중지란에 빠질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신뢰를 잃어 동네북이 된지 오래지만 요즘 더 걱정됩니다”라며 “불법대선 부정선거에 대한 특검싸움을 놓고 축의금, 부의금 타령이나 한 자업자득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여당을 향한 특검 수용 압박 공세보다는 오히려 쇄신·혁신으로 방향을 선회한 지도부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미 ‘지방선거’ 그 자체로 화두가 넘어간 상황에서 특검은 더 이상 민심의 관심사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특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실현가능성도 없는 것을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민주당에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설 민심에서 드러난 것처럼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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