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KT 자회사 직원의 대출사기극…시중은행 '눈뜬장님'


입력 2014.02.06 16:32 수정 2014.02.06 16:47        윤정선 기자

KT ENS 직원 하청업체 대표와 짜고 2800억원 시중은행 돌며 사기대출 받아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검사 과정에서 KT 자회사 KT ENS 직원 김모씨가 공모한 2800억원대의 사기대출 혐의가 드러났다. ⓒ데일리안

KT 자회사인 KT ENS 한 직원이 하청업체 대표와 짜고 28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출해 준 시중은행은 KT가 모회사라는 사실만 믿고 아무런 의심 없이 대출을 진행하면서 대출 사기극은 시작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주 전 저축은행 기업대출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미심쩍은 거래가 있는 것을 최초 확인했다. 이후 해당 거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KT ENS 직원과 중소업체 N사 대표가 공모해 대출 사기를 저지른 사실을 파악했다.

이번 대출 사기 혐의 사건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을 통해 이뤄졌다. 외담대는 물품을 구매한 기업(KT ENS)을 대신해 은행이 납품 업체(N사)에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구매 대금을 먼저 지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후일 물품을 구매한 기업은 납품 업체를 대신해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한다.

KT ENS 직원 공모 대출 사기 흐름도(금감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N사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휴대폰이나 내비게이션 등을 구입해 KT ENS에 납품한 것처럼 꾸며 여기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했다. 이 SPC는 양수받은 매출채권을 이용해 사기대출을 받았다.

특히 N사 직원이 한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KT ENS 직원 김모씨가 공모한 사실이 밝혀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약서에 법무법인 공증도 다 돼 있었다"면서 "서류상 특이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대출금을 돌려막고 있는 것을 포착했고, 자금추적 결과 사기대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KT ENS 직원의 공모를 의심하는 건 대출서류에 KT ENS 인감이 있었고, 은행 직원도 KT ENS 찾아가 김모씨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간단한 서류 조작과 대기업 직원의 공모로 시중은행이 천억원대 대출 사기를 당한 셈이다.

외담대 규모는 하나은행이 1500억원대로 가장 크다. 이어 농협과 국민은행이 각각 28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10개 저축은행을 포함하면 2800억원 규모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회사는 KT ENS가 KT라는 대기업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의심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대출금 회수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은행에서도 이번 사건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금감원에서 해당 금융기관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사고 관련자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윤정선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