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양론' 큰 그림 SK 김광현…미래는
계약 만료 앞둔 이만수 감독 '대도약' 절실
김광현 마무리 전환까지 염두..해외행 지장?
투수 김광현과 소속팀 SK 와이번스에 2014시즌은 무척 중요하다.
2007년 SK서 데뷔한 김광현은 지난 시즌까지 FA 규정일수에서 5년 130일을 채웠다. 올 시즌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정상적으로 풀타임 소화하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합류한다면 7년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지난해 류현진(LA다저스)처럼 구단 동의하에 미국이나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김광현과 한때 한국프로야구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던 류현진이나 윤석민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던 것은 김광현에게도 자극제가 될 만하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4승을 수확, 수준급 선발 투수로 자리를 굳혔다. 김광현도 해외진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론 선결조건은 올 시즌 김광현과 SK 구단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지난해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며 4강에도 오르지 못한 SK로서는 이번 시즌 명예회복이 절실하다.
이만수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SK와 계약이 만료된다. SK 재건을 위해서는 마운드에서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에이스 김광현의 활약이 절실하다. SK 구단은 김광현이 올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나타내고 FA 자격을 얻을 경우, 해외진출에 대해 적극 지원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의욕적으로 2014시즌을 준비 중인 김광현과 SK 사이에서 최근 변수로 떠오른 것은 바로 김광현의 다음 시즌 보직문제다. 이만수 감독이 팀의 고민은 마무리 자리를 놓고 선발 김광현의 마무리 전향 가능성을 언급, 팬들과 언론 사이에서도 뜨거운 찬반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김광현은 2007년 데뷔 이후 줄곧 선발투수로서 활약해왔다. 한국시리즈나 국제대회에서 마무리로 등판한 경우도 있지만, 말 그대로 단기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변칙운용이었다.
물론 SK에는 박희수라는 마무리 대안이 있다. 하지만 박희수는 마무리 앞에서 활약하는 셋업맨으로 배치됐을 때, 최적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다. 지난해 약화된 불펜으로 잦은 역전패를 당하며 고전했던 SK로서는 김광현이 마무리에 안착하면 박희수와 함께 필승조를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광현은 마무리투수로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고, 빠른 공을 보유한 좌완 파이어볼러다. 하지만 김광현 개인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마무리 전향보다는 꾸준히 선발로 뛰는 게 더 나은 게 사실이다.
올 시즌 이후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김광현에게 1년을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직 전향은 위험부담이 더 크다. 꾸준히 선발로만 활약한 류현진에 비해 팀 사정상 선발과 불펜을 수시로 오르내린 윤석민이 컨디션이나 기록 관리에서 애를 먹었던 것도 교훈이 될 만하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고 해도 선발 전문과 불펜 겸임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만수 감독과 SK 구단 입장에서도 김광현 마무리 카드가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선발 10승 이상이 가능한 검증된 투수를 굳이 마무리로 돌려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올 시즌이 끝나고 김광현이 해외에 진출한다면 김광현 마무리 카드는 1년 밖에 쓸 수 없다. 군에 입대한 정우람이 돌아올 때까지 박희수를 중심으로 불펜진을 구성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류현진 이후 대형 에이스 부재에 시달리는 한국프로야구의 미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류현진-윤석민이 미국에 진출하고, 봉중근도 마무리로 전향한 상황에서 김광현은 현재 한국프로야구에 얼마 남지 않은 토종 에이스감이다.
최근 몇 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의 김광현은 여전히 젊고 매력적인 선발투수다. 팀사정을 이유로 국가대표급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는 투수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때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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