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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복귀가 희생? 불후의 존엄과 명예


입력 2014.01.21 14:45 수정 2014.01.21 14:5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감독-팬들 대표팀 복귀 열망..박지성 은퇴 번복?

브라질월드컵, 희생 아닌 명예 업그레이드 무대

박지성에게 브라질월드컵은 ‘희생’이 아닌, ‘명예 업그레이드’ 무대다. ⓒ 연합뉴스

"난 대장이 아니다.”

박지성이 4년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했던 말이다.

한국대표팀 주장이었지만 박지성은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에 충실한 뿐, 통솔력 있는 지휘관 타입은 아니다”라며 ‘캡틴 박’ 칭호에 한사코 손사래 쳤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 속 박지성은 영원한 ‘캡틴 박’이다. 팀원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리더십, 고결한 성품, 재능, 풍부한 경험을 종합했을 때. ‘현역’ 태극전사 가운데 박지성에 근접한 선수는 없다. 이청용, 구자철, 기성용 등은 한결같이 “박지성 덕에 유럽에 올 수 있었다. 본보기이자 스승”이라고 경의를 표한다.

박지성은 2002 한국월드컵, 교토퍼플상가, 아인트호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팀’을 위해 질주했다. 특히, 확률을 중시해 골 욕심을 억제했다.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공격수에게 패스했고, 수비수가 공격가담하면 빈자리도 메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두세 발 더 뛰어 축구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이런 박지성을 두고 웨인 루니는 “눈부신 재능에 비해 저평가 받은 안타까운 영웅”라며 애석해했다. 단짝 에브라 또한 “매사 헌신적인 박지성이 그립다”고 말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퇴)도 “완벽한 프로페셔널, 유럽축구에 영감을 줬다”고 극찬한 바 있다.

언제 들어도 흐뭇한 평가지만, 이제는 박지성 ‘본인’을 위해 앞만 보고 질주할 때가 됐다. 지금부턴 살신성인 대명사 수식어에서 탈출해 오직 자신만을 위해 달려야 한다. 박지성이 욕심을 부린다면 그것은 욕심이 아닌, 위대한 야심이자 야망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이 바로 그것이다. 박지성에게 브라질월드컵은 ‘희생’이 아닌, ‘명예 업그레이드’ 무대다. 현역시절 박지성 룸메이트로 누구보다 박지성 됨됨이를 잘 아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박지성에게 “브라질월드컵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박지성은 수개월 전부터 “한국대표팀은 성장했다. 내가 낄 자리가 없어 보인다”며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면 무임승차하는 기분이다. 나 때문에 같은 포지션 후배 1명이 탈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살신성인 박지성은 홍명보의 ‘진심’을 읽을 필요가 있다. 박지성의 ‘억제’가 평생 다시 못 올 ‘대업’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대업이란, 불후의 존엄과 명성이다.

박지성은 안정환, 알 자베르와 함께 월드컵 아시아 공동 최다골(3)을 기록 중이다. 안정환과 알 자베르는 은퇴했고 박지성은 현역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장해 ‘1골’이라도 넣는다면 독보적인 아시아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책자에 월드컵 4대회 연속골을 넣은 불멸의 선수로도 기록된다. 이 기록은 '월드컵 84년 역사'에 단 2명(브라질 펠레, 구 서독 젤러)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월드컵 출전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은 박지성에게 언제나 경의를 표할 것이다. 다만, 선배이자 스승 홍명보 감독의 ‘깊은 뜻’을 곱씹어보면 박지성에겐 브라질월드컵이 다시 못 올 위대한 찬스임이 분명하다. 박지성이 홍명보가 건넨 ‘브라질행 티켓 선물’을 사양 말고 받아야 하는 이유다. 박지성에게 마지막 월드컵은 희생이 아닌, ‘명예 업그레이드’ 무대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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