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고객정보 유출 '일벌백계' … CEO 짐 싸나
3개 카드사 CEO 모두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쳐"
사상 최대인 1억건 이상의 카드 회원정보 유출 사건 이후 금융당국이 꺼내 든 사정의 칼날이 카드사 CEO의 운명을 겨누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가 유출된 신용카드사 3곳 중 롯데카드 박상훈 사장과 농협카드 손경익 분사장이 가장 위태로워 보인다.
15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금융위로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신 위원장은 카드사 회원정보 유출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법의 최고 한도에서 제재를 가한다고 날을 세웠다. 현행법상 허용 가능한 최고 수준의 제재는 기관은 '영업정지', CEO는 '해임권고'다.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만 보면 3개 카드사(△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에서 회원정보가 유출된 건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문제 카드사의 CEO에게 해임권고를 예고한 셈이다.
이미 업계에선 개인정보 유출 시기와 CEO의 임기 등을 고려해 금융당국의 '데스노트 리스트'를 점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CEO는 롯데카드 박상훈 사장이다. 3개 카드사 중 박 사장은 가장 오랜 기간 CEO 자리에 있었다. 지난 2009년에 처음 롯데카드 대표를 맡은 박 사장은 지난해 12월 임기 만료 직전에 2015년 2월까지 연임을 확정해 최장수 카드사 CEO에 오를 전망이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최장수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게 됐다. 이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3개 카드사 CEO 중 롯데카드가 가장 위태롭다"며 "가장 오랜 기간 CEO를 맡아왔다는 점이 제재 수위를 정하는 데 참고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농협카드 손경익 분사장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처음 농협카드 분사장을 맡은 손 분사장은 지난해 12월 농협금융지주 인사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승진 이후 손 분사장의 첫 공식 자리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시작하게 됐다.
다만, 농협카드는 IT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지 않다. 농협은행에서 카드 쪽 IT도 함께 관리하기 때문에 손 분사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손 분사장 임기 내 벌어진 일이고 카드 내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문책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국민카드 심재오 사장은 이들 중 책임에서 그나마 자유롭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국민카드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지난해 6월이다. 이는 심 사장이 취임하기 바로 직전이다.
따라서 심 사장이 아닌 최기의 전 사장이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최 전 사장이 제재 대상에 오르면 향후 금융사에 취업하는데 불이익을 받는다. 반면 심 사장도 책임논란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보안 시스템이 잘 돼 있다면 검찰 조사 없이도 알 수 있었던 일"이라며 "USB를 꼽았던 기록이나 USB에 옮긴 파일, 출입카드 로그 기록, CCTV 등 보안수단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아 결국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뒷수습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문제 카드사 CEO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별검사 결과가 나와야 제재 수위가 나오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지만 CEO가 행정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면 임기에 따라 책임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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