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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자라보고 놀란 가슴?"


입력 2014.01.13 14:47 수정 2014.01.13 14:56        윤정선 기자

빚진 사람이 돈 되는 '대출모집인' 고객 정보가 돈 되는 '금융권'의 합작품

1억400만건이라는 사상 최대 금융사 회원정보 유출 사건에 금융소비자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A씨는 생활비와 유흥비로 여러 카드사로부터 5000여만원 채무를 빌려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A씨는 대출모집인 B씨로부터 '통대환대출' 제의 전화를 받았다. B씨는 A씨에게 사채를 빌려 한 번에 카드빚을 갚은 뒤 신용등급이 조정되면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를 받는 은행 대출로 갈아타라고 권유했다. 여기에 중개수수료(10%)를 요구했다. A씨는 중개수수료를 내더라도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불법 사채 6500만원을 빌렸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중개수수료 500만원을 내고 카드빚 5000만원을 갚았다. 하지만 A씨는 B씨가 약속했던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사채업자에게 훨씬 높은 금리로 더 많은 채무를 지게 됐다.

불법적인 알선을 통해 신용을 세탁하는 이른바 '통대환대출'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카드사 회원정보 유출 사건이 문자나 전화를 이용한 통대환대출 사기와 깊숙이 연관된 것으로 드러나 채무자가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졌다.

13일 카드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국민·농협·롯데카드 등 3사의 고객정보 1억400만건이 빠져나가는 국내 최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유출된 카드사 회원정보는 통대환대출을 다루는 B씨와 같은 대출모집인에게 팔렸다.

통대환대출 사기는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다중 채무자에게 문자나 전화로 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일괄 전환해주겠다고 유혹한 뒤 채무자에게 중개수수료를 편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통대환대출을 안내하는 문자나 전화는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과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점이 있다면 통대환대출은 불특정다수가 아닌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범죄 성공 가능성이 높고 수법도 정교하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10월 불법 통대환대출 모집인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카드사 회원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검찰에 적발된 대출모집인은 카드사 보안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용역직원에게 수천만원을 주고 산 카드사 회원정보를 활용해 범죄 타겟을 정했다.

현행 대출모집인 모범규정에는 대출모집인은 돈을 빌리는 이에게 수수료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면 대출을 알선하고 금품을 수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건 특정 카드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금융권에선 개인정보가 돈이 된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다루는 직원이나 보안관계자는 범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고 알렸다.

이어 그는 "대출모집인은 무작정 불특정다수에게 상품을 권유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결국 채무에 허덕이거나 돈이 필요한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대출모집인에게 경쟁력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개인정보를 다루는 직원에게 웃돈을 주고서라도 정보를 사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카드업계에선 대출모집인 제도가 금융권 회원정보 유출을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안내 문자나 전화에 노출되도록 만들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카드사 부정방지시스템(FDS) 용역직원의 일탈로 보는 건 편협한 시각"이라며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필요한 대출모집인과 돈이 되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금융권 전반에 걸친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총평했다.

이어 그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약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전화가 왔다면 금융권에서 흘러나간 고객정보가 활용됐다는 의심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 계약직인 대출모집인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는 일이라 이를 잡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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