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의 영향?…"대출금리 상승 우려"
전문가 "고객유치 경쟁 강화에 따라 은행 수익성 악화…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계좌이동제' 도입이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계좌이동제를 도입하면서 각 시중은행들의 예금규모 변동성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예금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계좌에 연결된 각종 공과금 이체, 급여이체 등도 별도의 신청없이 자동 이전되는 시스템이다. 금융위는 관계 기관과 협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고 2016년에 이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계좌이동제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계좌이동제의 도입으로 마케팅 비용 상승 등 은행들의 수익성 저해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은행들은 예금고객 유치과정에서 금리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진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수시입출식예금 규모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및 관련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 "이는 수신금리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유동성 관리비용도 불어나게 하므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축소된 수익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계좌이동제 도입을 통해 은행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서비스 개발 등 고객 유지전략의 실행이 요구된다"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많이 보유한 은행과 핵심예금(수시입출식 예금) 비중이 낮은 후발 시중은행이 제도 도입으로 시장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하나금융그룹 같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등 2개 이상의 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그룹에 계좌이동제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러 개의 은행을 보유한 금융그룹의 경우 보다 저렴한 채널로 고객을 유도하는데 용이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금융그룹의 경우 계좌이동제 도입 전보다 우량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는 기회를 포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외국에서 제도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외국의 경우 주거래은행제도와 유사하게 운영되는 특징이 있어 거래은행 변경에 따른 이전 비용이 상당히 높다는데 기인한다"면서 "반면 우리나라에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이 완전 경쟁시대로 진입하면서 장기적으론 은행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유럽연합에선 2009년 11월 계좌이동제를 시행했으며 호주도 2012년 7월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바 있다.
또한 영국은 2011년 계좌이동제를 도입했지만 계좌이동 실적이 부진해 지난 9월부터 계좌이동 소요시간 단축과 계좌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금융기관의 책임이라는 골자의 '스위치갤런티' 프로그램을 가동해 제도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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