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이어도에 일본 폭격기 날아오면?
일본은 69년 이미 방공식별구역 포함 우린 이제야
'불인정' 차원서 사전통보 없이 군용기 보낼 수도
정부가 상공과 마라도·홍도 영공을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함에 따라 인접국인 중국, 일본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사안으로 인해 한중일 3국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곳은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이어도 인근 지역이다.
기존에는 일본 방공식별구역이었고, 지난달 23일 중국 방공식별구역에 이 지역을 포함한 데 이어 이번에 한국까지 가세함으로써 3국이 각기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임을 내세워 비행계획의 사전 통보를 요구하는 혼란이 올 수도 있다.
특히, 우리 국민에게 이어도는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예전엔 ‘전설의 섬’으로 불리기도 했고, 지금은 해양과학기지까지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한국방공식별구역 확대도 지난달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가 포함된다는 소식에 반발 여론이 일면서 서둘러 이뤄진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지역에 3국 군용기가 진입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방공식별구역의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는 다른 개념으로, 국가안보 목적상 군용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임의로 설정한 선이다.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타국에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
즉,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 한국방공식별구역에 일본이나 중국의 폭격기가 진입해도 우리 군이 무력으로 대응할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타국 항공기가 해당 구역에 진입할 때 사전 통보하는 관례는 있다. 우리의 경우 사전에 통보되지 않은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면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침범 사실을 알리고 퇴거를 요구함과 동시에 우리 전투기가 출격한다.
하지만, 이 역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군용기가 이 구역으로 진입한다고 해도 무력 대응이 불가능하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미국이 해당 지역에 B-52 폭격기 2대를 진입시킨 사건은 이같은 방공식별구역의 특성을 잘 설명해준다.
‘정규훈련 중 일부’라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중국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다. 물론 비행 계획의 사전 통보도 없었다.
중국 역시 전투기를 출격시키거나 경고를 보내는 등의 대응은 없었다.
이번에 우리가 선포한 한국방공식별구역에서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과 일본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확대에 강력한 불만의 메시지를 보낼 의도가 있다면 해당 지역에 사전 통보 없이 군용기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3국간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이어도 인근 지역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3국 중 일본이 이 지역을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킨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
한국방공식별구역은 1951년 3월 미국 태평양공군이 중공군의 공습을 저지하기 위해 설정한 이후 62년간 변화가 없었고, 당시는 이어도의 존재도 제대로 몰랐다.
반면, 일본은 1969년에 이미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그동안 군용기가 이어도 상공을 지날 때 일본에 사전 통보해온 선례를 남겼다. 이어도를 포함한 일본방공식별구역을 일찌감치 인정한 셈이다.
지난달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의 경우 한국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보다 카드를 한 장 더 쥐고 있는 셈이 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중첩에 대한 문제는 이 지역 내에서의 군사적, 우발적 충돌이 완전히 방지돼 불안이 해소된 다음에 추진해야 될 문제”라며 선 긴장 해소 후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한국방공식별구역 확대를 빌미삼아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추가로 늘리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집권 자민당 내에서 “한국이 이어도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하면 일본은 독도까지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바 있다.
자칫하면 이어도보다 더 민감한 지역인 독도가 갈등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할 기회만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오늘 발표에 앞서 관련국들에 사전 설명을 충분히 했다”며, “한국방공식별구역 조정안 발표가 국제 규범에 맞고, 과도하지 않으며 우리 한국으로서 필요한 조치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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