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차기 도전 시사와 '변호인' 시사회 참석 맞물려 눈길
박 대통령은 '돈 크라이 마마' 안철수는 '남영동 1985' 인연
영화와 정치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애정을 얻기 위한 수단이 영화는 영상, 정치인은 그의 말(言) 또는 이미지로 나뉜다는 점일 것이다. 두 분야는 종종 힘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정치’를 담고, 그에 동의하는 정치인은 그 영화를 본다. 대중의 주목도는 자연히 높아진다. 이른바 ‘영화정치’다.
대선 때마다 부는 ‘영화정치 바람’이 19일 개봉하는 영화 ‘변호인’을 계기로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부산 지역 최대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힘썼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정치권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후계자로 평가받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문 의원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19일 ‘변호인’을 보러가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나로선 봐야한다”고 말했다. 19일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날이자 문 의원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18대 대선서 패했던 날이다. 그는 근래 또 다른 만찬간담회에선 2017년 대선출마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문 의원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자명해진다. 차기 대선출마에 불을 지핀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그린 영화를 본다는 것은 지난 시간을 끊어내고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해 다시금 정치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뜻한 바를 명확하게 제시하게 하는 것은 ‘영화정치’의 힘이다.
문 의원은 지난 6월에도 영화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한 바 있다. 그는 이달 1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화 ‘춤추는 숲’을 보자며 ‘급(急)만남’을 제의했다. 이 영화는 공동육아, 대안학교 등으로 유명한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공동체적 삶’을 다뤘다. 그가 어떤 사회를 그리고 있는지 우회적으로 알 수 있는 셈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또한 ‘영화정치’에 발을 담근 모습이다. 그는 4일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맞서 3년4개월간 투쟁한 두물머리 농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물머리’ 시사회에 참석했다. 두물머리는 지난 2012년 전국 4대강 사업지 중 유일하게 생태학습장을 가꾸기로 정부와 농민들이 합의를 도출한 곳이다. 이는 안 의원이 농민·환경·합의 등을 중시한단 메시지를 준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다큐멘터리 영화 <두물머리>를 보았습니다. 4대강 사업에 맞선 농민들의 3년4개월간의 이야기”라며 “몇 사람의 진심과 신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치열한 삶의 기록”이라고 소개키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