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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에서 변호인까지...또다시 영화정치?


입력 2013.12.08 10:26 수정 2013.12.08 10:31        조소영 기자

문재인, 차기 도전 시사와 '변호인' 시사회 참석 맞물려 눈길

박 대통령은 '돈 크라이 마마' 안철수는 '남영동 1985' 인연

영화와 정치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애정을 얻기 위한 수단이 영화는 영상, 정치인은 그의 말(言) 또는 이미지로 나뉜다는 점일 것이다. 두 분야는 종종 힘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정치’를 담고, 그에 동의하는 정치인은 그 영화를 본다. 대중의 주목도는 자연히 높아진다. 이른바 ‘영화정치’다.

대선 때마다 부는 ‘영화정치 바람’이 19일 개봉하는 영화 ‘변호인’을 계기로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부산 지역 최대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힘썼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정치권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후계자로 평가받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문 의원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19일 ‘변호인’을 보러가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나로선 봐야한다”고 말했다. 19일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날이자 문 의원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18대 대선서 패했던 날이다. 그는 근래 또 다른 만찬간담회에선 2017년 대선출마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문 의원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자명해진다. 차기 대선출마에 불을 지핀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그린 영화를 본다는 것은 지난 시간을 끊어내고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해 다시금 정치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뜻한 바를 명확하게 제시하게 하는 것은 ‘영화정치’의 힘이다.

문 의원은 지난 6월에도 영화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한 바 있다. 그는 이달 1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화 ‘춤추는 숲’을 보자며 ‘급(急)만남’을 제의했다. 이 영화는 공동육아, 대안학교 등으로 유명한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공동체적 삶’을 다뤘다. 그가 어떤 사회를 그리고 있는지 우회적으로 알 수 있는 셈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또한 ‘영화정치’에 발을 담근 모습이다. 그는 4일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맞서 3년4개월간 투쟁한 두물머리 농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물머리’ 시사회에 참석했다. 두물머리는 지난 2012년 전국 4대강 사업지 중 유일하게 생태학습장을 가꾸기로 정부와 농민들이 합의를 도출한 곳이다. 이는 안 의원이 농민·환경·합의 등을 중시한단 메시지를 준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다큐멘터리 영화 <두물머리>를 보았습니다. 4대강 사업에 맞선 농민들의 3년4개월간의 이야기”라며 “몇 사람의 진심과 신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치열한 삶의 기록”이라고 소개키도 했다.

지난 2012년 11월 20일 다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 상암CGV에서 열린 영화 `돈 크라이 마미(Don't cry mommy)' 시사회에 참석, 영화 제작사 손유진 대표 등과 함께 객석에 앉아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12년 10월 12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서울 신촌 아트레온에서 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관람한뒤 눈물을 닦고 있다.ⓒ연합뉴스

돈 크라이 마미, 광해, 남영동1985...

지난 18대 대선 당시에도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당)·안철수(무소속) 대선후보 간에는 ‘영화정치’가 유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돈 크라이 마미’를 관람했다. 치안유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 그는 “아동 성폭력은 한 아이의 인생을 완전히 망치는 것”이라며 “사형까지 포함해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단 생각”이라고 언급, 메시지에 힘을 더했다.

이외에도 그는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땐 자폐아의 마라톤 완주기를 다룬 영화 ‘말아톤’을 보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두 영화는 모성애를 다뤘단 공통점도 있다. 또 2006년 스크린쿼터로 정부와 영화계의 사이가 경색됐을 땐 당시 이재오 원내대표 등 동료의원들과 국내 최고 인기영화였던 ‘왕의 남자’를 관람했다.

문 의원을 대표하는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남영동1985’다. 두 영화는 ‘국민을 섬기는 올바른 통치’로 주제가 수렴된다. 문 의원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와 뜻이 일맥상통한다. 특히 ‘광해’는 ‘변호인’과 같이 노 전 대통령을 본떠 만든 영화로 문 의원이 이 영화를 관람한 뒤 노 전 대통령 생각에 5분간 눈물을 쏟아 화제가 됐었다.

문 의원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안 의원도 문 의원과 같은 영화를 택하곤 했다. ‘광해’는 물론 고 김근태 민주당 전 상임고문 등 민주화운동가의 수난을 다룬 ‘남영동1985’를 관람했다. 안 의원 또한 문 의원과 같이 민주주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데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그의 이같은 태도는 이어지는 ‘영화정치’를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대선 당일 투표를 마친 뒤 미국으로 훌쩍 떠났다 3개월 만에 돌아오는 귀국길, 안 의원은 영화 ‘링컨’을 언급하며 “어떻게 여야를 잘 설득하고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서 일을 해내는가, 결국 정치는 어떤 결과를 내는 것인데 그런 부분을 감명 깊게 봤다”고 말했다. 협의에서 합의로 이르는 민주주의 과정을 언급한 것.

더군다나 미국의 16대 대통령이었던 링컨은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표현하는 가장 명확한 문장(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을 남긴 인물로도 회자된다. 안 의원은 지난달 28일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장을 활용,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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