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충전 왜 현금만" 등 터지는 서민들
이해관계자간 복잡한 카드 수수료 구조, 교통카드 충전시 현금결제만 가능
#서울 소재 한 대학에 다니는 전모씨(27)는 교통카드를 충전할 때 현금이 없어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전씨는 그때마다 아까운 수수료를 물며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교통카드를 충전했다. 전씨는 교통카드 충전기 옆에 있는 현금인출기가 '현금이 없어 교통카드 충전을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놓여 있다는 기분 나쁜 생각도 들었다.
지하철역 안에 갖춰진 음료수 자판기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시대지만 정작 지하철을 타기 위해 교통카드를 충전하려면 현금으로만 충전할 수 있다.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신용·체크카드 소지자가 아니라면 T-머니나 캐시비 같은 교통카드를 사용하게 되는데 충전시 현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6일 여신금융업계와 교통카드 발급 업체에 따르면 지하철이나 가판대, 편의점 등에 마련된 교통카드 충전기에서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한 교통카드 충전은 불가능하다.
이유는 사업자 간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수수료 분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안에 마련된 무인 교통카드 충전기는 서울메트로의 소유다. 이용객 A씨가 이 충전기로 T-머니 교통카드에 현금 1만원 충전하면, T-머니(한국스마트카드)는 충전 업무를 대행해준 대가로 서울메트로에 대략 1.5%(추정) 정도인 150원을 수수료로 준다.
만일, 신용·체크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면 카드 수수료 지급구조로 볼 때 관계는 더 복잡해진다.
가령 A씨가 신용카드로 T-머니를 1만원 충전한다면, 카드 가맹점이 되는 서울메트로는 결제 대가로 수수료 200원(카드수수료 2.0% 추정)을 카드사에 준다. 또 T-머니 업체는 충전 대행 수수료로 서울메트로에게 150원을 지급한다.
결국 서울메트로는 T-머니 수수료 150원을 받아 가맹점 수수료 200원을 지불하기 때문에 50원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
지하철공사 한 관계자는 "신용·체크카드로 교통카드를 충전하려면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카드 결제시 가맹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해서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한 교통카드 충전은 안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요금 거리비례제로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지하철공사 간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 문제까지 보태지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는 셈이다.
더욱 교통요금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T-머니가 신용·체크카드 수수료를 부담할 리는 만무하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현금으로 충전해야 하는 불편이야 있겠지만, 수수료 문제로 신용·체크카드를 교통카드 충전수단으로 받기는 어렵다"며 "모바일 카드를 이용하면 신용카드나 소액결제로 충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교통카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고, 현금만 받겠다는 태도는 지적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해관계자 간 밥통 싸움 속에 소비자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거주 김모씨(남, 44)는 "스마트 시대에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공공기관들이 자신들의 수수료 싸움에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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