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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연봉 10억 거품시대 ‘먹튀방지법’은?


입력 2013.11.17 08:35 수정 2013.11.19 10:0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강민호 연평균 수령액만 18억 7500만원

플러스 옵션 등 다양한 장치 마련 가능

올 시즌 FA 시장에는 연평균 10억원 이상의 초고액 연봉자가 대거 쏟아지고 있다. ⓒ 롯데/SK/두산/KIA/삼성

바야흐로 FA 시장에도 연봉 10억원 시대가 열렸다.

롯데는 지난 13일 팀 내 FA로 풀린 강민호와 4년간 75억원(계약금 35억원+연봉 10억원)에 계약을 맺으며 붙들어 두는데 성공했다. 이는 2005년 삼성 심정수의 4년간 60억원을 뛰어넘는 프로야구 FA 역대 최고액이기도 하다.

이로써 강민호는 지난해 한화에 복귀한 김태균(연봉 15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게 됐다. 물론 계약금까지 포함하면 강민호가 역대 최고액이다. 총액을 계약기간으로 나눌 경우 강민호는 연평균 18억 7500만원의 귀한 몸값을 자랑하게 된다.

나란히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와 이용규도 연평균 10억 이상의 초고액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한화는 정근우와 4년간 총액 70억원(계약금 35억원+연봉 7억원+옵션 7억원)에, 이용규와는 4년간 총액 67억원(계약금 32억원+연봉 7억원+옵션 7억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두 선수는 옵션을 제외해도 매년 각각 15억 7500만원과 15억원씩을 받게 된다.

앞서 2005년 심정수가 연평균 10억 시대를 연 이후 프로야구에는 적지 않은 초고액 연봉자들이 쏟아졌다. 옵션을 포함한 계약 규모로 봤을 때 심정수 이후 KIA 장성호가 2006년 4년 42억원의 계약을 맺었고, 이듬해에는 LG 박명환이 투수 역대 최고액(4년 40억원)을 찍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10억 연봉 시대는 최근 프로야구 인기 폭발과 맞물려 대거 등장한다. 먼저 지난해 넥센이 이택근을 4년간 50억원에 데려가더니, 두산 역시 프랜차이즈스타 김동주에게 3년간 32억원을 보장해줬다. 올 시즌에는 김주찬이 이택근과 같은 몸값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실력이 뛰어나고 인기를 겸비한 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것은 프로세계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나친 영입경쟁과 과열된 시장 분위기로 인해 몸값 거품 현상이 뚜렷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강민호의 연평균 수령액은 프로야구 최저 연봉인 2400만원의 약 78배에 달한다.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48만 달러)과 비교하면 3750만 달러인 셈이다. 하지만 빅리그 최고 연봉자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연평균 수령액은 2750만 달러(10년간 2억 7500만 달러)에 그친다. 한국 프로야구의 최저연봉이 너무 낮은 이유도 있지만 거품도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다.

만약 이들이 부상으로 드러눕거나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다면 손해는 오롯이 구단이 떠안게 된다. 특히 과거 대형 계약을 맺은 대부분의 특급 FA들은 사실상 ‘먹튀’라는 흑역사를 지니고 있다.

몸값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몸값 자체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시장 분위기로는 더욱 상승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옵션’은 제 몫을 못하는 FA 선수들을 방지하기 위해 구단들이 마련하는 가장 흔한 장치다.

옵션은 연봉 외에 기록, 출장 경기 수, 팀 성적 등에 따라 보너스를 더 주거나 되돌려 받는 항목을 말한다. 플러스 옵션을 삽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마이너스 옵션을 추가하기도 한다. 대게 전년도 성적을 바탕으로 옵션 기준이 책정되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세부 항목은 비공개로 이뤄진다.

2010시즌 후 FA가 된 LG 박용택이 옵션과 관련, 가장 훌륭한 전례를 남겼다. 당시 박용택은 4년간 최대 34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는데 플러스 인센티브가 과도하게 책정된 ‘반쪽 대박’이었다. 그동안 FA 선수들에게 크게 데인 LG가 내놓은 자구책이었다.

일단 박용택의 보장금액은 총액의 50%도 안 되는 15억5,000만원(계약금 5억원+연봉 3억5,000만원)이며, 나머지 18억5,000만원은 옵션으로 책정됐다. 옵션 내용은 비공개였지만, 박용택의 3년간 기록을 평균화해 경기 수, 타율 등에 따라 플러스-마이너스 옵션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FA 계약 3년째를 마친 박용택은 매년 100경기 이상 출장하고 있으며 연평균 타율 0.312 11홈런 69타점 18.7도루의 성공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다.

국내야구에서는 다소 생소한 ‘바이아웃’ 조항도 간간이 쓰이고 있다. FA 계약 시 미리 설정해 놓은 옵션에 따라 계약기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경우다. 부상 또는 노쇠화 위험에 노출돼 있는 30대 이상의 베테랑 선수들이 대상자다.

최초의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한 선수는 SK 포수 박경완이다. 지난 2003년 현대에서 SK로 이적한 박경완은 4년간 총 23억원(계약금 10억원+연봉 3억원)에 계약했다. 옵션이 특이했다. 3년간 일정 수준의 성적을 달성하면 4년차에는 4억원에 계약한다는 내용이었다. 박경완의 2006시즌 연봉은 4억원, 소속팀 역시 SK였다.

SK 박재홍도 다른 팀들이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2006년 FA 자격을 얻은 박재홍은 소속팀 SK와 기간 2+2년 총액 15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4억원+옵션 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즉 첫 2년간은 15억원을 받고, 옵션을 달성하면 계약기간이 2년 추가된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박재홍은 2008시즌 연봉 4억원 보장은 물론 2년간 총 12억원(계약금 2억원+연봉 4억원+옵션 2억원)의 재계약을 성사시켰다.

강민호 이전 최고액이었던 심정수는 마이너스 옵션 조항으로 ‘먹튀’ 피해를 크게 줄인 사례다. 삼성은 심정수와 최대 60억원의 계약을 맺었지만, 플러스 및 마이너스 옵션 10억원을 매겼다. 이로 인해 심정수의 보장액은 50억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심정수는 플러스 옵션을 2억원 밖에 챙기지 못했고 급기야 마이너스 옵션으로 2억 5000만원을 뱉어내 실질적으로 받은 총액은 49억 5000만원에 그쳤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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