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FA 잭팟…천근만근 부담 부메랑?
구단들 부상 또는 부진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아
초고액 연봉 선수도 부담감 증가, 기준 성적 없어
대어급들이 대거 쏟아진 이번 FA 시장이 점차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일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지 5일째, 자격을 얻은 16명의 선수들 중 원소속팀과 계약을 맺은 선수는 아직까지 제로다.
이미 선수들 몸값이 과도하게 책정될 것이란 전망은 일찌감치 나왔다. 여기에 아직까지 첫 계약자가 나오지 않다보니 기준점이 마련되지 못해 선수와 구단 모두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도장을 찍지 못하는 모양새다.
물론 일부 선수들의 협상 과정이 공개되는 등 풍문은 돌고 있다. 롯데는 강민호에게 역대 FA 최고액인 심정수의 60억원 이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고, 삼성과 박한이 역시 합의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최대어 정근우는 SK 측에 ‘FA 최고대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FA 시장이 역사에 길이 남을 ‘거품 시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소위 ‘빅2’로 불리는 강민호와 정근우는 올 시즌 나란히 5억 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연봉을 받았다. 모두 팀 내 1위이며, 프로야구 전체에서도 공동 8위에 해당하는 초고액 몸값이다. 이들을 제외한 연봉 TOP12의 선수들이 FA 또는 복귀 해외파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FA급의 대우를 받은 셈이다.
가뜩이나 높은 연봉을 받았던 이들은 보다 나은 대우를 원하고 있다. 이미 강민호는 계약 총액 60억원 돌파가 확정됐고, 80억원 이상 책정됐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정근우 역시 강민호와 비슷한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어급들인 장원삼, 이용규, 이종욱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협상 마지노선은 지난해 KIA와 50억원 계약을 맺은 김주찬이다. 결국 5명의 몸값만 300억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 선수들(신인, 외국인 선수 제외)의 연봉인 447억원에 육박한다.
선수들이 일생일대의 기회인 FA 시장에서 조금 더 많은 돈을 받고자 하는 욕심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올 시즌은 포지션의 희소성, 프로야구의 인기 등과 맞물려 거품이 과하게 끼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자칫 선수들과 구단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최소 60억원 이상을 보장받은 강민호의 경우, 계약금과 옵션 등을 제외하면 내년 연봉이 10억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려면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할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다. 강민호는 올 시즌 타율 0.235 11홈런 57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관중동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스타플레이어라는 점이 FA 몸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 또한 허상일 뿐이다. 올 시즌 롯데는 강민호가 105경기에 나왔음에도 무려 44%의 관중이 감소했다.
선수 입장에서도 초고액 연봉을 받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과거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한 뒤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한 홍현우, 진필중, 박명환 등은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오랜 시간 야구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했다.
팀 동료들의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화는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과 연봉 15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로 인해 한화는 이전 시즌 26억 8800만원이던 선수단 연봉이 75.6% 증가한 50억 200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김태균 혼자 30%를 차지한 셈이다.
당시 김태균의 초고액 연봉을 놓고 많은 말들이 나왔다. 기존 선수들은 최하위를 전전한 팀 성적으로 인해 연봉 상승 요인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태균도 계약 당시 부담감을 토로하며 “연봉을 너무 많이 받아 걸맞은 성적이 어떤 수준인지 모르겠다”면서 “홈런왕 등 모든 타이틀이 욕심난다. 연봉에 어울리는 책임감을 갖고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5억원 연봉을 2년째 받은 올 시즌까지 김태균이 거머쥔 타이틀은 지난해 타격왕 하나뿐이며, 팀은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구단 역시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구단들은 ‘일단 잡고보자’에 혈안이 될 뿐, 부상과 부진 등으로 인한 ‘먹튀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만약 ‘먹튀’가 나온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애먼 돈을 계약기간까지 꼬박 줘야 한다.
또한 기존 선수들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연평균 10~20억 가량의 돈을 FA 선수에게 줄 수 있는데도 재계약 과정에서 태도를 달리한다면 팀 캐미스트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결국 또 다른 돈다발을 풀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팀 사기 저하를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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