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민주당 새 당사를 방문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만남을 가졌으나 ‘빈손회담’으로 끝났다.
이날 황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 당사 12층 당대표실을 방문, 웃는 얼굴로 김 대표와 두 차례 악수를 나눈 후 금색 보자기로 싼 떡 선물세트를 김 대표에게 건넸으나 김 대표의 인사는 처음부터 편치 않았다.
황 대표는 “새로운 당사를 마련하신 김 대표께서 일을 시작하신다 해서 내가 예방했다. 전에도 양당이 새 당사를 마련했을 때 대표들이 와서 인사드리고, 이야기 나누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여당이(과) 좀 함께 잘 일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 제대로 힘 모아서 일하는 계기를 만들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의실을 가득 채운 기자들을 향해 “오늘 너무 많이 오셨네”라며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황 대표가 오늘 이렇게 떡까지 가져오신 것에 대해 고맙긴 한데”라고 운을 뗀 후 “내가 지금 황 대표와 나란히 앉아 웃고 있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 민주주의와 민생이 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그렇다”며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의혹 사건들과 관련, 오히려 공약 파기로 국민들을 실망시킨 점, 경제 실정, 민생 파탄 부분을 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연일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악재를 하나하나 꺼내놓고, 야당에 대해 극심한 비난 퍼붓는 것으로 이 정국이 풀릴 것이라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큰 오해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특검과 특위, 양특으로 이 문제를 넘겨놓고 이제는 여야가 그야말로 민생과 경제 살리기 법안과 예산 심의에 전념해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길 "지금까지와 다른 건 떡 사갖고 와서 말했다는 것"
또한 김 대표는 기초의원·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관한 건도 언급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김 대표가 “황 대표께서는 그 문제에 관해 몇 번 새누리당의 당론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알지만,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계시다”라고 말하자 황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만남 당시 보였던 웃음기는 조금씩 희미해졌다.
김 대표는 이어 “시간은 자꾸 가고 있고, 그야말로 여당의 결단,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이 정국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아서 참으로 답답하다는 말씀을 찾아와주신 분이지만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를 마친 후 당사를 나서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충분히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대변인들이 이야기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김 대표는 굳은 얼굴로 “지금까지와 다른 건 (단지) 떡 사갖고 와서 (말을) 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냥 늘 하던 얘기를 했다”고 짧게 답했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 역시 “양측이 생각을 충분히 교환했고, 각 당의 입장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자리였다”면서도 “합의한 건 없다. 우리는 여전히 양특 이야기를 했고, 저쪽은 그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식이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새누리당은 검찰총장이 새로 임명되는 마당에 당신은 수사하지 말고 특검이나 하자, 이런 것은 좀 이르니까 김진태(검찰총장 후보자)를 좀 지켜보자, 그러고서 나중에 미진하면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달라, 이런 식(의 이야기를 했다)”라며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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