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FA 협상? 빅5 초대형 잭팟 언제 터질까
지난해보다 원소속구단 협상 기간 3일 줄어
수요과잉 현상, 선수들 몸값 천정부지 치솟아
드디어 FA 시장이 열렸다. 선수들은 지난 8~9년간 쌓아온 커리어로 대박을 노릴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했고, 각 팀들도 즉시 전력감을 얻을 수 있다.
KBO는 지난 9일 FA 자격 선수로 공시된 21명 중 권리 행사를 신청한 16명(삼성 장원삼, 박한이, 두산 손시헌, 이종욱, 최준석, LG 이대형, 이병규(등번호 9), 권용관, 롯데 강민호, 강영식, SK 정근우, KIA 윤석민, 이용규, 한화 박정진, 한상훈, 이대수)을 발표했다.
이들은 10일(일)부터 오는 16일(토)까지 원 소속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만약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그 다음날인 17일(일)부터 23일(토)까지 원 소속구단을 제외한 타구단과 협상에 나설 수 있고, 24일(일)부터 내년 1월15일(수)까지 원 소속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은 지난해 이상의 과열 조짐 양상이 보이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선수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었고 이들을 원하는 구단들, 즉 ‘수요’가 많다보니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양새다.
특히 ‘빅5’로 불리는 강민호, 정근우, 장원삼, 이용규, 이종욱 등은 계약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잭팟을 터뜨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 대부분은 프로 데뷔 이후 큰 부상 없이 꾸준함을 자랑했고, 국가대표 또는 포스트시즌 등 큰 경기 경험을 두루 갖춰 영입 시 팀 전력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될 전망이다.
물론 이들의 원소속구단들 역시 반드시 붙잡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무엇보다 역대 FA 최고액인 심정수의 4년간 60억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되는 ‘빅2’ 강민호와 정근우는 포지션 희소성과 팀의 상징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지니고 있다.
만약 강민호와 정근우가 팀을 떠나게 될 경우, 전력 손실은 둘째치더라도 팬들의 끓어오르는 분노로 인한 후폭풍이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롯데는 그동안 재계약 등의 과정에서 ‘짠물구단’이라는 인색한 평가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고, 이대호를 시작으로 홍성흔, 김주찬을 모두 붙잡지 못하며 팬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그 결과 올 시즌 관중 급감이라는 비참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정근우의 원소속팀 SK도 마찬가지다. 2000년 창단 이후 ‘스포테인먼트’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많은 팬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이진영, 정대현, 이승호, 이호준 등 내부 FA 단속에 실패하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맥이 끊기도 말았다. 여기에 김성근 전 감독의 해임을 둘러싼 매끄럽지 못한 과정으로 팬들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
과거 각 팀들은 소속 구단에서 FA 선수가 나왔을 때 느긋한 입장을 취하곤 했다. 타 팀 입장에서는 워낙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보상금액 또는 보호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선수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단들은 타 구단 협상기간이 임박해도 여유 있는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만약 원소속팀 우선 협상기간에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사실상 선수를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을 수 있다. 그동안 FA시장에서의 큰손이던 삼성과 KIA가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LG가 건재하며 최하위 한화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다고 천명했다.
최근 3년간 원소속팀과의 협상에서 가장 빨리 계약을 맺은 선수는 지난해 LG 이진영과 정성훈으로 이틀 만에 도장을 찍었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대개 5일에서 8일 등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잔류를 결심했다.
올 시즌은 지난 시즌까지와 달리 원소속구단과의 협상 기간이 10일에서 7일로 줄었다. 그만큼 원소속구단의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지난해 LG는 이진영, 정성훈과의 협상을 서두른 이유에 대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자원이다. 혹시라도 다른 마음을 품지 못하게 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금액 역시 나란히 4년간 34억원으로 만족할만한 액수였다.
이는 ‘빅5’ 강민호, 정근우, 장원삼, 이용규, 이종욱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빠르게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외부유출이라는 최악의 상황과 직면할 수 있다. 협상 기간이 아직 5일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의 마음을 붙들어 두기 위해서는 분초 단위까지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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