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박근혜 씨가 바로 독재자" 발언 파문
<현장>서울광장 연설서 씨호칭에 네티즌들 비난
민주당 향해선 "분노 솟는다면 우리랑 손잡아야"
"박근혜씨가 바로 독재자 아닙니까."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9일 토요집회를 벌이는 도중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 ‘박근혜 씨’라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아울러 이날 오후 함께 집회를 벌인 진보당원들과 시민단체들 역시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씨"라고 지칭했다.
이날 이 대표는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심판, 국정원 해체,공안탄압 분쇄 5차 민주 찾기 토요 행진’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는 도중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까지 잘라내는 박근혜 씨가 바로 독재자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 비판한다고 야당에 대해 내란음모죄 조작하고 정당 해산까지 청구하면서 헌법을 파괴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박근혜 씨가 바로 독재자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을 비난하면서도 "박근혜 씨를 여왕으로 모시고 숨죽이는 새누리당"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진보당에 대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며 "진보당이 유신부활 박근혜 독재에 앞장서서 반대했더니 적반하장으로 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한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1시간도 안 돼 2000여개의 댓글이 쏟아지는 등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네티즌들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당 대표", "김정일은 수령이라고 말하고 남한 대통령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등의 의견을 올리며 이 대표를 질타했다.
"이정희, 정당연설회에서는 논란 의식한 듯 박근혜 '후보'"
이어 같은날 시청광장에서 진행된 정당연설회에서 이 대표는 논란을 의식한 듯 '박근혜 후보'라고 언급,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촛불집회가 끝난 뒤 열린 정당연설회에는 경찰 추산 1000여명, 주최측 추산 1500여명이 참석했다. 다만 통진당은 관할 경찰서와 서울시청에 정당연설회를 위한 사용 신고는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민주주의 파괴와 독재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이상을 넘어선 일들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연설회를 진행하며 "민주주의 지켜내자", "정당해산 중단하라", "유신부활 막아내고 민주주의 지켜내자", "내란음모 조작이다" 등의 구호를 수차례 외쳤지만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았다. 통상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정당연설회에서는 구호를 외칠 수 없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민주당은 집회 신고를 했지만 통합진보당은 별다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통합진보당은 집회가 아닌 당원결의대회 형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다만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정당연설회에서 벗어나고 집회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향해 "가슴속에 분노가 솟는다면 진보당과 손 잡아달라"
또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19차 범국민 촛불집회'에서는 통진당과 민주당을 분류하지 말아야 한다는 호소도 나왔다. 촛불집회에는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8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참석했다.
촛불집회에 발언자로 나선 노정현 통합진보당 부산 연제구의원은 "보수 집회에서 통진당을 해체하라고 하고 그 다음 민주당을 해체하라고 한다"며 "통진당이 시작이고 다음이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 의원은 "(통진당 탄압은) 진보 사회 단체를 모두 죽이겠다는 것"이라면서 "빨간불을 들어 진보당 편을 못 들어주겠다고 하면 안 된다. 정신차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가슴속에 분노가 솟고 유신체제를 타도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진보당과 손을 잡아달라"면서 "그렇게 하면 지방선거 때마다 생기는 색깔논리를 우리가 깨부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발언 기회를 얻은 뉴저지에서 온 시민 제니퍼 씨는 "박근혜씨는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이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 취재진과 당원과의 마찰도 있었다. 한 통진당원은 카메라를 찍는 취재원을 향해 "너희도 기자냐", "찍지 마라" 등의 발언을 해 일순간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또한 일부 통진당원들은 "오늘은 선전포고만 하는 거다", "경찰과 맞붙어야 한다", "내일은 물대포를 맞아 경찰과 붙어야 한다"등 과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날 인권위원회 앞에서는 보수단체의 시위도 진행됐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소속 1000여명의 회원은 "진보당은 즉각해체하고 떠나라"등의 구호를 외치다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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