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왕자 한분도 싸이 말춤 잘 춘다고...”
한영 글로벌 CEO포럼·경제통상공동위 연설, 3대 협력 방향 제시
영국 국빈방문 이틀째인 6일(현지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한영 경제통상공동위원회(JETCO)’ 및 ‘한영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포럼’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마치고 이뤄진 질의응답에서 미소를 멈추지 못했다.
이유는 싸이의 말춤 때문.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런던 시내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포럼에서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영국에 와 보니 싸이의 ‘강남스타일’ 인기를 알 수 있었다”면서 “왕실의 왕자 한 분도 싸이의 말춤을 잘 춘다고 한다”고 말했다.
평소 박 대통령이 문화콘텐츠와 IT가 결합하면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에서 빼놓지 않고 드는 싸이의 사례가 근엄한 영국의 왕실 안에도 스며든 것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영국 왕실에까지 싸이춤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웃었다”며 “싸이춤은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케이스다. 문화와 문화, 문화와 정보통신이 연결되면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밝힌 왕실의 왕자 한 분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삼남인 에드워드 왕자(웨섹스 백작)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5일 버킹엄궁내에서 이뤄진 여왕 주최 오찬에서 에드워드 왕자는 박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며 “제 5살 난 아들이 말춤에 빠졌다”며 “강남스타일이 영국 왕실에까지 들어왔다”고 밝히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경제·제3국 공동진출·신산업 경제협력 3대 방향 제시
앞서 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창조경제·제3국 공동진출과 신산업 협력 등의 3대 방향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의 경제관계가 수교 이래 130여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고 평가하고 2011년 발효된 한·EU FTA를 기반으로 경제협력의 지평을 넓혀가면서 질적인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창조경제, 제3국 시장 공동진출, 에너지, 고령화 대응은 양국간 경협 잠재력이 가장 유망한 분야”라고 밝혔다.
창조경제와 관련, 박 대통령은 “세계경제가 지금의 침체를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기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이자 국민 개개인이 가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살려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기술과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발전 패러다임”이라며 “영국은 창조경제의 선도국이기 때문에 이미 친숙한 개념일 것”이라고 했다.
그 예로 1997년부터 문화미디어산업을 중심으로 한 창조산업 육성, 런던시 이스트엔드의 ‘Tech City’를 통한 창조산업 융합형 벤처생태계 조성 등을 들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양국이 문화콘텐츠와 인터넷 신산업, 생명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경제 구현 노력을 함께 한다면 새로운 성장모델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미 한국 콘텐츠업체의 제작기술과 영국 미디어업체의 세계적 배급능력이 만나 시너지를 창출하는 등 양국 기업간에 창조경제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공동진출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한국은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IT 등 제조업과 산업기술 분야에서 영국은 기초과학과 금융, 문화콘텐츠, 설계, 서비스 산업 등에서 각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이미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영국의 엔지니어링 기술과 한국의 건조능력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후·에너지 문제와 고령화 문제를 저탄소 에너지, 헬스케어, 실버산업 등 신기술과 신산업 창출이 기회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양국이 신재생에너지 개발, 원전건설·운용 등 기후친화적인 에너지 협력의 길을 같이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의 기조연설 직후 이뤄진 질의 응답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생명분야 선도주자이고 한국은 우수한 임상진료 수준을 갖추고 있다”며 “양국의 강점을 결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다. 헬스케어 등은 미래 유망산업으로 고령화에 대한 질병 공동연구, 기업과 정부 간 교류가 이뤄진다면 희망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기조연설 말미에 “영국 속담에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길이라면 먼 길도 가깝게 느껴진다’는 말이 있다”며 “한국은 영국의 오랜 친구이자 경제협력의 든든한 동반자로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서 협력을 지속한다면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공동번영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의회에서 열린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에 이어 이날 역시 영어로 기조연설을 했다.
한편, 이번 회의는 박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와 재계간 경제·통상분야의 전략적 협력강화를 위해 처음 설립한 것이다. ‘경제통상공동위’는 18개월마다 양국이 교차로 개최할 예정이며 ‘한영 글로벌 CEO포럼’은 에너지, 창조경제(문화·콘텐츠·ICT), 제3국 공동진출(건설·인프라), 고령화사회 대응(보건·의료·금융) 등 4개 분과를 구성해 한영 세계리더 간 허심탄회한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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