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기 목 죄기 칼 씌우기'하고 기업가 정신?
<칼럼>검찰 법원 국세청 공정위 조달청의 전방위 기업 옥죄기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바로 이런 상태일 것이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토끼가 잡히기를 기다리는 미련한 사람과 같다.
검찰 법원 국세청 공정위 조달청 등 온갖 사정기관과 권력기관들이 기업인 목에 멍에와 칼을 잔뜩 지워놓고 투자하라고 다그친다.
기업가 정신을 선도하는 재계 총수 9명이 이런저런 혐의로 구속되거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기업인이라면 다짜고짜 실형을 받고, 구속되고 있다. 유전중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권 첫해에 기업총수가 이렇게 대규모로 고초를 당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경련 회장을 지낸 조석래 효성회장은 과거 계열 종합상사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자택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조회장은 전경련 회장은 물론 한일재계회의, 한미재계회의 등에서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지난 30여년간 경제발전과 산업입국을 위해 헌신해 왔다.
재계 총리까지 지냈던 재계 중진이 하루 아침에 탈세범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효성의 매출은 80%이상이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조 회장이 공들여 구축해온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정관계 재계 인사들은 하루 아침에 조세범으로 떨어진 조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외환위기 과정에서 불거진 효성 계열 효성물산의 분식회계와 이의 점진적 해소는 당시 모든 기업들이 처했던 극한적 위기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효성은 다른 부실그룹과 달리 공적자금 투입 없이 우량계열사와의 합병을 통해 단계적으로 부실을 털어왔다.
정부도 환란당시의 분식회계 등에 대해서는 2000년대 중반 고해성사 기간을 둬서 사면복권시킨 바 있다. 국세청이 10여년이 지난 이제와서 대규모 분식회계 운운하며 수천억원의 법인세를 과세하고, 검찰에 고발조치까지 하는 것은 세정당국의 잣대가 너무나 고무줄같다는 느낌이 든다. 전 정권의 사돈기업에 대한 가혹한 손보기, 정치세무사찰이란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재계 3위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도 동시에 구속되는 초강경 사법판결도 재계를 잔뜩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 매출 100조원이 넘은 SK그룹을 이끌어가려면 최소한 오너 한명에 대해서는 신체상의 구속을 풀어주는 사법부의 금도와 관용이 필요했다고 본다. 그래야 그룹의 전략적 투자 및 인수합병, 일자리창출 등에 관한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1심에서 풀려났던 최부회장은 2심에서 형과 같이 동시에 영어의 몸이 됐다.
KT의 사업재편과 경쟁력 강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석채 회장도 온갖 수모와 모욕을 당하고 있다. 검찰은 좌파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의혹부풀리기식의 편향적인 고발에 기다렸다는 듯이 KT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과 이석채 회장 자택 수색, 심지어 이 회장에 대한 몸수색까지 했다. 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KT의 암적 존재였던 민노총산하 노조를 와해시키고, 제3의 온건노조를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기업적인 시민단체의 고발에 대해 곧바로 전례없는 강압수사와 자택수사, 몸수색까지 한 것은 그 의도가 너무나 뻔해 보인다. 그는 이런 와중에도 아프리카 르완다로 달려갔다. 이곳에서 그는 12명의 정상과 정보통신부 장관과 만나 KT의 4세대 이통사업을 설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프리카의 경제발전과 정보통신 발전에 필요한 싹을 심고서 돌아왔다.
국세청의 세금쥐어짜기도 역대 정권에 비해 최고조로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도 볼멘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경제민주화 총대를 멘 공정위의 과도한 규제도 기업인의 목을 잔뜩 움추러 들게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에 대해 재계가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바 있다. 재벌해체나 다름없는 강도 높은 반대기업 경제민주화를 내건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보다는 박대통령이 탄력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권력기관들마다 고삐 풀린 개처럼 반대기업 칼춤을 마구 추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기관들의 칼춤에 기업가정신이 질식되고 있다.
황당한 것은 정부가 기업인들의 사기를 잔뜩 죽여놓고 투자하라고 다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산자부 윤상직 장관은 최근 30대그룹 사장단을 불러놓고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30대그룹이 계획한 투자를 100% 이행하라고 했다. 신문의 사진 속에 윤장관이 중심에 서고, 기업인들이 그를 둘러싸며 손을 든 것은 무척 어색하다. 썰렁하기 그지없다. 강요된 손들기는 아무런 감동이 없다. 장관이 기업인 불러다가 손들게 하고, 보여주기식의 사진찍기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차라리 윤 장관은 그 시간에 기업현장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는 일찌감치 장관 취임전 동반성장위원회 등에서 일하며 대기업에 대한 강한 적대감과 부정적 시각을 쏟아낸 바 있다. 이런 분이 기업주무부처 장관을 맡아 규제완화와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기만 하다. 앞에서 때리고 뒤에선 위로하는 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기업가 정신 관련 행사에 메시지를 보내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제거하는 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마음은 얼어붙어 있다. 박 대통령의 말에 진심이 담겨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기관들이 총출동해서 기업죽이기와 사정한파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나 정부나 말따로 행동따로의 전형이다. 전방위로 기업인들을 움츠러 들게 해놓고 투자하라고 하면 어느 기업인이 진심으로 화답할 것인가? 기대할 것을 기대해야지...
한강의 기적은 기업인들의 동물적인 본능에서 비롯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 창업주, 구인회 LG창업주,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주 등....이들은 산업화에 매진한 역대정부와 협력해서 자동차 전자 반도체 조선 화학 철강 및 중공업 플랜트 건설 항공 및 해운 등에서 불모지를 옥토로 만들었다.
자원하나 없는 한국은 산업화 30~40년만에 글로벌 제조업 대국으로 부상했다. 세계 10위권 산업대국으로 성장한데는 창의와 혁신, 도전, 희생으로 공장에 말뚝 박고, 시장 개척하고, 모든 자원을 투자해 결실을 맺은 기업인들의 동물적 기업가정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친기업적인 집중 지원과 국민들의 애국심 등이 어우러졌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규제완화는 말뿐이고, 오히려 더 강한 족쇄가 기업에게 채워지고 있다. 칼자루를 잡은 관료들은 반대기업 규제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대못질하기 바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일감몰아주기 규제, 금산분리 강화 등 수많은 규제 법안이 추가로 생겼다. 손톱밑 가시도 더 늘었다. 앞으로도 신규 순환출자 규제, 생보사 카드사 증권사 등 제 2금융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법무부의 집행이사와 등기이사 분리 등 상법개정안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이들 법안은 하나같이 그룹경영과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다. 기업가정신을 죽이는 강한 폭발물들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개혁 법안 중 경제활성화를 위해 화급한 것만 102개에 달한다. 정치권은 마이동풍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박대통령이 관심갖는 경제활성화법안이라면 기를 쓰고 막으려 하고 있다. 화성녀 금성남의 대치기류가 국회에 잔뜩 형성돼 있다. 정치권이 경제활성화를 가로막고, 기업규제를 양산하는 최대 온상지로 전락했다.
야당은 말로만 서민경제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선 경제를 죽이는 악법들만 제출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개혁법안에 대해서도 무조건 재벌특혜와 부자감세를 내세우며 외면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대못질한 부자와 서민, 1%대 99%의 계급대결 프레임에 갖혀 경제를 죽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공들이는 창조경제는 왕성한 기업가정신에서 비롯된다. 기업가 정신이 죽어가는 데 창조경제가 꽃이 피기는 어불성설이다. 규제공화국에서 기업가들이 동물적 본능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애초에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 한국경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착시현상에 갇혀있다. 삼성전자가 분기별 10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현대차도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잘 나가는 것 같지만, 재계 대부분이 불황과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건설 조선 해운 시멘트 업종은 살얼음판이다. 금융위나 금감원, 산은 등 주무부처나 국책은행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건전성 감독을 하는 금감원 최수현 원장은 STX그룹 동양그룹 등 쓰러져 가는 기업들을 바라만 보고 있다. 선제적인 조지를 취하지 않는다. 동양에 이어 다른 4개 그룹이 위험하다는 황당한 말까지 해서 해당그룹들을 죽이는 데 앞장섰다. 기업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시장에 불안감은 키운 셈이다. 해운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진해운 등에 대한 영구채 발행 허용 문제에 대해서도 더디기만 하다.
무능한 감독당국 수장이다. 금융에 전문성이 워낙 없다보니 뭐가 뭔지 모르고 있다. 최원장에 대한 재계와 금융계의 불만이 높아만 가고 있다. 정권에 기여했다고 낙하산 타고 내려와 기업과 시장 다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관련부처 장차관, 금융기관장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에 피를 묻히려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집도의가 없다. 병든 환자를 살려내야 할 의사의 의지와 용기,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 면피의 귀재들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의 감독당국과 국책금융기관장들을 점검해야 한다. 시장을 알지 못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무능하고 기회주의적인 기관장들을 걷어내야 한다. 비상시에 소방수 역할을 못하는 공복들은 집에 보내야 한다. 국민세금으로 이들을 먹여 살리기에는 한국경제와 기업들이 비상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은 말로 되지는 않는다. 기업인 불러다가 투자하라고 해서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찍는 이벤트행사를 갖는다고 기업인들이 신나서 투자하고, 사람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날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이 중요하다. 매년 형식적인 기업가 정신 고취 행사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재계를 짓누르는 다양한 규제와 족쇄를 시급히 걷어내줘야 한다. 통상임금및 과격 노조 문제, 경제민주화 법안들, 수도권을 비롯한 공장 입지규제, 비오는 날 우산부터 걷어가는 금융회사들의 샤일록같은 행태들...세정당국의 과도한 쥐어짜기와 세무사찰, 정부부처의 기업규제 남용, 기업인 수사 등도 기업가정신을 잔뜩 위축시키고 있다. 박근혜정부도 이명박정권과 연관된 기업과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손보기 의혹도 역대정권의 행태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고, 투자가 불같이 일어나게 만들려면 지금의 경제민주화 광풍을 진정시켜야 한다. 권력기관들의 칼춤도 일정선에서 억제시켜야 한다. 박대통령은 말로만 민생과 경제활성화를 외치지 말고, 정치권을 찾아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실망만 주는 민주당 지도부와 대화를 해야 한다.
민주당의 천막농성과 1% 99% 계급전쟁 부추기 프레임은 정말 한심한 행태들이다. 하지만 모든 경제활성화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시작된다. 미우나 고우나 야당과 소통을 통해 규제개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대통령은 한나라당 시절 천막당사 당수가 아니다. 국민에게 칭찬받는 좋은 말만 하는 게 대통령의 역할은 아니다. 불편한 진실에 맞닥뜨려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과 대화해서 경제활성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미국 중국 등과의 정상외교 등 외치는 화려한데, 내치가 빈약하는 소리를 들어선 안된다.
기업가 정신은 대통령의 진심이 담긴 규제완화와 부처와 권력기관에 대한 리더십 발휘, 대국회 소통행보 등 삼박자가 맞아야 살아날 것이다. 지금처럼 기업인들의 사기를 잔뜩 죽여 놓고선 성장률 제고, 중산층 70% 달성, 고용률 70% 달성 등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병철 정주영 등 창업세대들의 웅혼한 기업가 정신, 동물적인 투자 본능을 일깨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의 비상한 결단과 의지가 없으면 기업가 정신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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