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원팀?’ 박주영 둘러싼 기묘한 판타지, 그리고 집착


입력 2013.09.18 10:23 수정 2013.09.18 12:2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일부 축구인들, 박주영 향한 과도한 호들갑

박주영 예외 인정? 원칙과 형평성 위배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이 일부러 발탁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발탁하고 싶어도 자격이 안 되는 상황이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를 향한 과도한 판타지와 집착은 과연 바람직할까.

유럽 시즌이 개막한 이래 박주영(28·아스날)은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셀타 비고에서의 임대 생활이 실패로 끝난 데 이어 올 시즌 아스날에 복귀했지만 사실상 전력 외 판정을 받은 상태다.

여름이적시장에서도 무성한 소문에도 끝내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지 못했다. 최근 아스날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긴 했지만 출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영국 현지에서는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에 대해 유독 국내에서만 하루가 멀다 하고 화제가 되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주전으로 꾸준히 경기에 뛰고 있는 손흥민이나 구자철 같은 다른 해외파들보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박주영이 오히려 더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형국이다.

논란의 진원지는 바로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홍명보호가 지난 아이티-크로아티와의 2연전에서 골 결정력 난조를 드러내며 부진하자 최전방 공격수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자연히 그 대안으로 박주영이 거론되고 있는 것.

문제는 일각에서 내세우는 박주영에 대한 과도한 호들갑이다.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경기력을 발휘한 선수만이 대표팀에 입성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년 동안 소속팀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 데다 최근에는 아예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은 분명히 이 기준에 미달한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이 일부러 발탁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발탁하고 싶어도 자격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박주영의 섣부른 대표팀 복귀를 운운하는 일부의 주장은 명분도 설득력도 떨어진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SBS 차범근 해설위원은 "박주영을 대표팀에서 불러들여 자신감을 회복시킨 뒤에 돌려보내면 되지 않는가"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차범근 위원 이외에도 몇몇 축구인들이 전부터 제기했던 의견이다.

하지만 대표팀은 특정선수를 배려하는 곳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의 문을 열기위해 공정한 경쟁을 거친다. 그중에는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정작 대표팀에서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박주영이 과거에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펼쳤어도 대표팀에서는 한 명의 선수일 뿐이다. 소속팀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있는 선수를 국가대표팀에 발탁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대표팀의 권위와 명예를 떨어뜨리는 처신이고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 왜 수많은 선수 중 유독 박주영만 그런 특혜를 받아야 하는지 명분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대표팀이 그 정도로 특정선수 한 명의 거취에 목을 매달고 좌지우지된다는 것이야말로, 홍명보 감독이 추구해온 '원 팀' 철학에도 위배되는 행위다. 대표팀은 곧 국가와 마찬가지다. 국가대표팀이 박주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박주영이 국가대표팀을 위해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입증하는 게 우선이다.

박주영의 대표팀 복귀 여부는 원칙과 순리대로 풀면 충분하다. 박주영의 현 주소는 아직 달라진 것이 없는데 주변에서만 대표팀 복귀를 놓고 섣부른 판타지를 펼치는 것은 박주영 본인에게나 대표팀에나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준목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